부모 보유지분 10%가량 블록딜 매입
증여세 할증 부담에
현금 증여 받은 후 지분 확보
[ 조진형 기자 ] 편의점 CU 브랜드를 운영하는 BGF그룹이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지주회사인 BGF 주가가 신저가 수준까지 떨어지자 3세 경영인이 대주주인 아버지와 어머니 지분을 10% 가까이 사들였다. 증여세 할증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직접 증여받지 않고 현금을 증여받은 뒤 지분을 사오는 방식을 택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정국 BGF 부사장(37·사진)은 아버지 홍석조 BGF 회장과 어머니 양경희 씨가 각각 보유하던 지분 9%(857만9439주)와 0.51%(48만7578주)를 전날 종가(주당 7610원)에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최대주주인 홍 회장의 지분은 53.54%로 낮아졌고, 홍 부사장 지분은 10.33%로 높아졌다.
홍 부사장은 홍 회장의 장남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2013년 BGF그룹에 합류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학사), 산업공학(석사)을 공부하고 와튼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현재 BGF 전략부문장과 BGF리테일 경영지원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차남인 홍정혁 BGF 상무(36)는 지난해 입사한 뒤 신사업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BGF그룹은 2017년 말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BGF리테일을 분할하면서 승계를 준비해왔다. BGF 관계자는 “홍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면서 지난해 몽골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등 그룹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지분 취득으로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BGF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 단추는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끼워졌다. 홍 부사장이 부모의 지분을 현금을 주고 사오는 방식이었다. 홍 부사장은 이번 지분 인수에 사용한 자금 690억원이 전부 자기자금이라고 신고했다.
홍 회장이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현금(또는 현금성자산)을 증여해 주식매입 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여세 할증 부담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BGF는 대기업이고, 최대주주 지분이 50%를 넘어 증여세가 30% 할증된다. 최고 증여세율 65%가 적용된다. 증여받은 현금으로 주식을 사오면 홍 부사장은 증여세 할증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부모인 홍 회장 부부는 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한 세무사는 “증여세 할증을 감안할 때 홍 부사장이 지분 10%가량을 확보하려면 두 배 이상의 지분을 증여받은 뒤 이를 활용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부모가 물어야 하는 세금 부담이 아들이 물어야 하는 증여세 부담보다 적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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