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 혐의' 김학의 前 차관 6년 만에 구속

입력 2019-05-17 00:01   수정 2019-05-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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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등에게 뇌물과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구속됐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여 만이며,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른바 ‘김학의 수사단’이 출범해 그에 대한 세번째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50여일 만이다. 김 전 차관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김 전 차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총 1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중 1억원에 대해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 씨의 폭로를 막기 위해 2008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 검찰은 윤씨가 1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앞으로 있을 형사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등 대가관계가 있었기에 제3자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1억원을 넘어야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돼 김 전 차관을 처벌할 수 있다.

이날 구속영장에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수강간 등 그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증거부족과 공소시효 만료 등 문제로 검찰이 현재까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앞으로 사건의 발단이기도 한 그의 성범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이 끝까지 ‘모르쇠’ 혹은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유지한 것이 패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 내내 “윤중천을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구속심사에선 “윤중천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고 번복했다. 그가 지난 3월22일 해외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출국 금지를 당한 점도 이번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도주 혹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사유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이 구속되면서 2013, 2014년 있었던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높아질 전망이다. 당시 검찰은 두 차례 모두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김 전 차관의 유죄를 이끌어내기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뇌물에 구체적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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