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현금 다 불안하다"…안전자산 金으로 '錢의 피난'

입력 2019-05-17 17:49  

커버스토리

금통장 가입 등 '金테크' 바람

경제 불안에 "골드바 매진"



[ 정소람/강영연 기자 ] 직장인 이성민 씨(35)는 지난달 ‘금 통장’에 가입했다. 소액으로도 금을 매입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금 통장’은 대표적인 금 간접투자 상품이다. 금 실물을 사지 않고도 계좌에 예금만 하면 자동으로 금값과 연동돼 잔액이 바뀐다. 이씨는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 주식에 넣었던 돈을 빼 금 통장으로 상당 부분 옮겨 놓았다”고 했다.

은행을 통한 금 간접투자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 투자 통장을 출시한 3개 시중은행(신한, 국민, 우리)의 가입 계좌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0만4040개를 기록했다. 2000년대 은행들이 금 투자 통장을 처음 선보인 이래 최다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불거진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도 불을 지폈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해 8월 트로이온스당 1170달러 선에 머물다 최근 1300달러 선에 근접했다. 금을 직접 사려는 수요도 몰려 물량 부족으로 골드바(금괴) 판매가 일시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경제 불확실성에 金바람 분다

한 시중은행의 서울 청담동 지점 프라이빗뱅커(PB)인 A팀장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골드바(금괴)를 살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는다. 국내외 경제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가 주식, 채권보다 더 안전한 자산을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물자산인 골드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을 통해 골드바를 사면 수수료(4~7%)가 드는 대신 품질보증서를 받을 수 있다. 되팔 때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수요가 늘면서 매매 계약을 맺은 소비자가 실제 골드바를 받는 기간도 종전 사흘에서 2주일로 늘었다. 미니바(100g 이하 소형 금괴)는 아예 공급회사 물량이 소진돼 이번주부터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소비자들이 ‘금 테크’에 주목하는 것은 경기 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중 간 무역 분쟁뿐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글로벌 자금 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까지 나오며 현금가치 변동 가능성에 불안을 느낀 자산가들이 금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투자하나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간접 방식으로 나뉜다. 골드바를 사서 보관할 수 있는 방식이 직접투자로 분류된다. 서울 종로 등 금은방이나 한국금거래소 등의 민간 유통업체 또는 시중은행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를 통한 투자도 가능하다. 10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7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계좌를 통해 고시된 시장 가격에 따라 주식처럼 사고파는 방식이다. 거래 수수료가 0.6% 수준으로 금투자 방식 중 가장 저렴하다. 원하면 실물로 인출할 수 있다. 투자로 인한 소득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장점도 있다.

금 실물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은 은행의 금 통장이다. 본인 계좌에 예금을 넣어 놓으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은행이 고객 예금으로 직접 금을 사들이진 않는다. 대신 같은 금액을 외국 은행이 개설한 금 통장 계좌에 달러로 예치한다. 투자자는 원화를 예금하지만 잔액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연동돼 바뀌는 셈이다. 단 2000온스(약 30억원) 이상을 사들일 때는 은행이 금 실물을 사서 보관하도록 권장된다.

금 통장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원할 때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 수수료도 2% 안팎으로 골드바를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 단 투자 차익에 대해선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시중 은행의 금 통장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가입자 수가 많은 ‘신한은행 골드리슈’ 계좌는 작년 1분기 14만6279개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4만7155개로 늘었다. ‘우리은행 골드뱅킹’ 계좌 수도 1만3761개에서 1만4640개로 증가했다. 국민은행 ‘KB골드투자’ 계좌는 같은 기간 4만491개에서 4만2145개로 늘었다. 상품 출시 초기였던 2008년 말(5062개)에 비하면 8배로 늘어났다. 시중은행 세 곳을 합치면 총 금 간접투자 계좌 수는 20만 개를 넘어선다. 금 통장이 생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직접 투자는 단기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KRX 금 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3월 17㎏에서 지난달 22㎏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43㎏(15일 기준)까지 급등했다. 두 달 새 2.5배로 늘었다. 김상국 한국거래소 금시장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증시가 하락할 때 거래량이 늘어난다”며 “코스피 랠리가 끝난 지난달 중순께부터 거래량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민간 업체도 같은 추세다. 국민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3월 11㎏에서 지난달 39㎏으로 약 4배로 늘었다. 민간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도 3월 70㎏에서 지난달 177㎏으로 급등했다.

하반기에도 金테크 바람 불까

금값은 지난해 초부터 계속 하락하다가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작년 8월 트로이온스(약 31g)당 1176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금 시세는 17일 현재 1285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새 약 10% 올랐다. 작년 이 시점에 금에 투자했다면 거래 형태에 따라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7~9%대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 통장은 금값 상승기에 개설해 소액씩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다만 금 통장은 달러와도 연동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변동 우려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국내 금 시장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불거지면서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며 “국내 정치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면서 많은 자산가가 현금 대신 금 보유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소람/강영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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