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알맹이 빠진 버닝썬 수사, 결국 승리만 웃었다

입력 2019-05-18 08:42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승리 기각, 알맹이 빠진 버닝썬 수사
국민 청원·규탄 기자회견 '들끓는 민심'
승리 근황·입대 등 거취에 이목 집중




정말 승리가 승리한 것일까. 알맹이가 없는 버닝썬 수사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승리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웃음을 되찾게 됐다. 정준영, 최종훈에 이어 단톡방 3호 구속 연예인이 되는가 싶더니 이내 포승줄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승리와 그의 동업자인 유인석 유리홀딩스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승리와 유 전 대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다. 이에 더해 승리는 2015년 국내에서 직접 성매매를 한 사실도 드러나 구속영장에 성매매 혐의 또한 적시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모두 구속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횡령과 관련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고, 성매매 알선 등 나머지 혐의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유치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승리는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바로 포승줄을 풀고 귀가했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촉발된 연예인 성범죄 문제로 정준영, 최종훈이 초고속으로 구속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정작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인 승리가 구속을 면한 셈이다. 유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버닝썬, 그리고 승리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다. 강남 클럽과 경찰 간의 유착 문제가 얽혀 있어 제 식구 감싸기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랐기 때문. 실로 '버닝썬 게이트' 수사는 지난 3월 시작 지점부터 오랜 기간 경찰 유착 증거를 잡지 못하는 등 답보 상태였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와 관련해 증거가 뚜렷한 정준영, 최종훈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나가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수사 결과를 기다렸던 이유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경간 신경전이 첨예한 상황에서 경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호언장담했고, 각종 의혹 및 관련자들이 줄줄이 드러나며 공정한 수사에 대한 기대가 서렸기 때문이다. 투입된 경찰 인력만 152명. 이 가운데 경찰 유착 의혹을 담당한 인원은 무려 56명이었다. 105일간 진행된 대규모 수사였다.

결과는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돌아왔다. 더불어 승리 등이 포함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총경에게는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됐다. 뇌물죄·청탁금지법은 무혐의라는 결론이다. 클럽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고발하며 버닝썬 게이트의 문을 연 김상교 씨는 성추행과 폭행, 업무방해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했는지 와는 별개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아니었다.

결국 민심은 폭발했다.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전혀 다르게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 대부분 '혐의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버닝썬 사건에 대한 특검과 청문회를 실시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15일 시작된 해당 청원글은 하루 만에 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17개 여성단체들은 1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클럽 버닝썬 수사 결과를 규탄하며 경찰 수뇌부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달아오른 여론이 식을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승리는 기름을 부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귀가한지 하루도 안돼 체육관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 이를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승리는 서울 시내의 한 체육관을 찾았고, 눈에 띄는 화려한 패턴의 의상을 입었다. 대중의 눈과 귀가 승리 본인의 거취에 쏠린 와중에도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근신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시에 승리가 도피성으로 입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흘러나왔다. 경찰이 오는 6월 25일로 예정된 승리의 군 입대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무청에서 승리에게 새로운 입대일을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새 날짜에 입대를 할 것인지, 재차 연기할 것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과 결국에는 법망을 벗어난 이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정점으로 치달았지만 승리만은 웃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승리는 '버닝썬 게이트'의 초입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 깊숙한 곳에 봉합되어 있는 유착 비리, 권력형 범죄의 수문이 열리길 기대한 국민들의 탄식이 길게 터져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김상교 씨는 승리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 이후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며 좌절감을 표했다. 어쩌면 일각에서 향후 승리의 복귀를 내다보는 것 또한 우스갯소리가 아닐 수 있다. 몇 년 뒤 승리가 아무 거리낌 없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버닝썬 게이트'를 에피소드로 풀어놓으며 빅뱅 재합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되는 순간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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