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시기 따라 용도별 투자
필수 생활비 꼭 떼어 안전자산에
[ 강경민 기자 ]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은퇴 후 재테크 전략은 은퇴자산은 절대로 투자하지 않고 안전하게 굴려서 사망할 때까지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자도 더 이상 투자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 생활비가 늘어나는 등 ‘장수 리스크’에 대비한 은퇴 후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연구원은 “100세 시대를 맞고 있지만 평균 예상 은퇴 연령은 만 60세”라며 “은퇴자산을 제대로 굴려 은퇴 후 남은 30~40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자산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건 삼가야 한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직장을 다니는 시기엔 투자에 실패해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며 “은퇴 후에는 소득 없이 쌓아놓은 자산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원금을 훼손하면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퇴자들에게 필요한 최적의 자산관리 원칙으로 ‘버킷 전략(buckets strategy)’을 제시했다. 우선 노후 생활비 중 없어서는 안 될 필수생활비 규모를 정한 후 이를 예금 등 안전자산에 넣어둔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은 자금이 필요한 시간에 따라 단기와 중기, 장기의 세 바구니(three buckets)에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다.
조 연구원은 “단기 바구니에는 필수 생활비 외 퇴직 후 1년 동안 생활비로 쓸 돈을 넣어두고, 중기 바구니에는 퇴직 후 2년부터 10년 내로 쓸 생활비를 넣어두라”고 조언했다. 단기 바구니 투자처로는 현금과 보통예금 등 언제든지 유동화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했다. 조 연구원은 중기 바구니엔 앞으로 만기가 긴 고금리 정기예금이나 만기 보유 채권 등 매년 안정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찾아 쓸 수 있는 금융상품을 권했다. 장기 바구니에는 나머지 자금을 모두 넣어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장기바구니는 최소 10년간 단기인출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원은 자산투자에 앞서 보장성보험 가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질병이나 갑작스러운 사망 등 단 한 번의 리스크로 지금까지 세운 투자계획이 크게 흔들리거나 망가질 수 있다”며 “유병기간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건강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엔 꼭 가입해야 한다”고 권했다. 자녀 등에게 유산 상속을 고민하고 있다면 종신보험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상속 문제는 일부 부유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 이상 가정의 일상적인 고민거리”라며 “보유 재산이 많지 않은 가정에서도 종신보험을 활용하면 자녀에게 일정한 재산을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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