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이우환·유영국…10억~80억대 초고가 그림에 베팅해볼까

입력 2019-05-19 17:05  

아트테크 위한 특별 경매 잔치

K옥션, 22일 205점 서울경매
서울옥션, 26일 82점 홍콩경매



[ 김경갑 기자 ] 1986년 익명의 미술투자자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건초더미’를 250만달러(약 30억원)에 사들였다. 33년 동안 소장하다가 지난 14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 다시 올렸다. 여섯 명이 그림을 놓고 경합했다. 한 여성애호가는 가격을 1억1170만달러(약 1318억원)까지 끌어올리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8분 만에 그림을 차지했다. 33년 만에 무려 44배 뛴 가격으로 거래된 이 작품은 아트테크(아트+재테크)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하자 미술품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아트테크를 위한 대규모 경매 잔치를 벌인다. K옥션은 오는 22일 서울에서, 서울옥션은 26일 홍콩에서 경매를 열고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과 도자기, 고서화 등 293점을 올린다. 두 회사가 내놓은 작품들의 추정가 총액은 약 250억원에 이른다. 미술 투자자들을 흥분시킬 만한 ‘한국 미술시장의 쌍두마차’ 김환기와 이우환의 작품은 물론 불교미술, 고악기, 보석 디자인까지 작품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들이 경매시장에 뛰어들어 낙찰총액을 2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만큼 이들의 강한 매수세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수근 김환기 유영국 수작 경매

K옥션은 2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고가 미술품 205점(약 125억원)을 경매에 부친다.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의 1960년 작 ‘작품’(추정가 7억5000만~13억원)을 ‘얼굴 상품’으로 내걸었다. 유영국의 작품이 지명도에 비해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밝고 강렬한 원색을 사용한 수작이어서 지난해 세운 경매 최고가(6억원) 기록을 넘어설지 기대된다.

김환기 작품은 여덟 점(18억원)이 경매에 오른다. 1951년 피란 시절 부산에서 그린 작품 ‘집’은 추정가를 3억~5억원으로 매겼다. 30호 크기의 추상화 ‘무제’(2억3000만~6억원), 1969년 작 ‘13-VI-69 #69’(2억~3억원) 등도 눈길을 끈다.

박수근의 수작 ‘귀로’는 추정가 5억~8억원에 출품했다. 보따리를 이고 아이와 함께 귀가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질감으로 처리한 게 돋보인다. 장욱진의 ‘거꾸로 본 세상’, 천경자의 채색화, 이대원의 ‘농원’ 시리즈,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 등 인기 작가의 작품도 대거 경매 목록에 올랐다.

희귀한 불교미술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미술품으로는 2007년 보물 제1518호로 지정된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이 2억500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부처에게 기도를 전달한다는 기원패,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용구인 ‘목조금강역사상(木造金剛力士像)’,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입찰한다. 출품작들은 경매 당일인 22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50억~80억원 김환기 작품으로 승부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홍콩 그랜드하얏트살롱에서 개최하는 경매에 국내외 미술품 82점(약 150억원)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세운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점화(85억3000만원)와 비슷한 1971년 작 ‘무제’로 승부를 건다. 김환기가 뉴욕에 머물렀던 시절 제작한 ‘무제’는 세로 255㎝, 가로 204.1㎝의 대형 화면에 붉은색 점을 무한히 찍고, 맨 위쪽에 푸른색 점띠를 둘렀다. 캔버스 왼쪽 밑단에는 작은 푸른 색면을 올렸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김환기의 붉은 점화는 작품 수가 적어 희귀하다”며 “소장자와 작품 시작가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에서 대규모 회고전를 열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은 아홉 점을 내놨다. 캔버스에 파란색 선을 위에서부터 그어 내려간 1981년 작 ‘선으로부터’(13억~22억원)가 2014년 소더비 뉴욕경매에서 최고가 기록을 세운 ‘선으로부터’(23억7000만원)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큰손’ 미술애호가를 겨냥한 초고가 해외 미술품도 짱짱하게 진용을 짰다. 미국 인기 작가 제프 쿤스의 거울 작업 ‘라일락 카우’는 8억~12억400만원,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의 ‘꽃을 든 커플과 수탉’(5억~8억원)과 ‘음악가와 염소’(3억5000만~5억원) 등이 관심을 모은다.

고미술품 부문에서는 일본인 컬렉터가 소장했던 우리 문화재 11점을 출품했다. 원통형의 백자필통에 선비가 물을 바라보는 풍경을 그린 ‘백자청화고사관수문필통(白磁靑畵高士觀水文筆筒)’은 200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도 나왔던 작품으로, 추정가는 3억~4억원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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