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시장 '서머 랠리' 온다

입력 2019-05-19 18:29  

上場 예비심사 청구 급증


[ 이고운/김동현/오형주 기자 ]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다양한 특례상장제도 도입 등 정부의 상장 활성화 정책에다 공모주 시장의 활황이 겹치면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한 달 반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스팩, 스팩 합병 포함)은 39곳으로 집계됐다. 예년(5년 평균 21.6곳)의 두 배 수준이다. ‘닷컴 기업’의 상장 열기가 뜨거웠던 2001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다.

4월 이후 상장예비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거래소 상장 승인을 거쳐 이르면 7~8월 증시에 데뷔한다. 올여름 IPO 시장에 ‘서머 랠리’가 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빅히트·LT삼보 등 938곳 '코스피 직행' 가능…코스닥 후보는 1만개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재무 요건(매출 100억원 이상, 순이익 창출)을 갖춘 비상장사가 1만7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38개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매출 1000억원, 순이익 50억원 이상)까지 충족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함께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기업(자산 100억원 이상) 3만4965곳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상장 예비군 층이 그 어느 때보다 두텁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콘텐츠·엔터테인먼트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업종뿐 아니라 전자상거래·유통 분야 업체 중에도 유력한 상장 후보가 많다.

네오플, 영업이익률 93%

게임사들은 여전히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2156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93.1%에 달했다. 1인칭슈팅 게임(FPS) ‘크로스파이어’로 잘 알려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영업이익 3789억원을 벌어들였다. 1년 전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두 배가 넘는 4208억원이었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도 떠오르는 분야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2142억원, 영업이익 641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올해 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기업가치가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콘텐츠 플랫폼 기업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매출 1875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58.4% 불어난 숫자다. 지식재산권(IP)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지난해 매출(4795억원)과 영업이익(2852억원)이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배달의민족’ 고속성장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유통·전자상거래업체 중에도 고성장을 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 여성의류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난다)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1967억원)을 올렸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의류와 화장품을 판매한다. 김소희 난다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6000억원을 받고 회사를 매각해 온라인 쇼핑업계의 ‘신화’를 썼다.

국내 미디어커머스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블랭크코퍼레이션은 2016년 설립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었다. 제품을 기획한 뒤 톡톡 튀는 관련 동영상으로 마케팅하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마약베개·블랙몬스터 다운펌(남성용 파마약) 등을 히트상품 대열에 올렸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193억원으로 전년보다 96.4%, 영업이익은 586억원으로 170.5% 늘었다.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겼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도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지난해 매출(1571억원)을 세 배 이상 불렸다. 두 회사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토목·건설사 실적도 ‘高高’

부동산 개발·건설 분야에도 숨겨진 ‘알짜 기업’들이 있다. 7년 전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LT삼보(옛 삼보이엔씨)가 대표적이다. 토목공사가 주력인 이 회사는 LG그룹 방계인 LT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조1536억원, 영업이익 1873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51.9%, 96.2% 늘어난 액수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엠디엠플러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820억원, 영업이익은 4150억원이었다. 힘찬건설과 우성건영은 오피스텔·상업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공략해 실적을 눈에 띄게 개선시켰다. 두 회사 모두 시행과 시공을 병행한다. 힘찬건설은 2011년 자체 브랜드 ‘헤리움’을 선보인 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주도 업체로 급성장했다. SM그룹에 인수된 동아건설산업도 지난해 매출 4554억원을 기록해 세 배 성장했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도 상장후보 다수

대기업 계열 비상장사 중 알짜 기업이 적지 않다. SK그룹은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 E&S, SK브로드밴드 등 조(兆)단위 매출을 올리는 비상장사를 대거 거느리고 있다. LG그룹에선 화학 계열사인 LG엠엠에이가 주목받는다. 일본 스미토모화학공업 등과 합작한 이 회사는 지난해 22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그룹에선 의료기기 기업인 삼성메디슨이 관심을 받고 있다. 한때 벤처기업의 상징이었던 이 회사는 삼성전자로 대주주가 바뀐 뒤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고운/김동현/오형주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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