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메바 경영'과 항공산업

입력 2019-05-20 00:04  

허원순 논설위원


[ 허원순 기자 ] 지난해 인천공항 이용객은 6825만 명, 세계 5위다. 2023년에는 1억 명을 달성한다는 게 공항공사의 야심찬 계획이다. 동북아 허브(중심) 공항을 지향하며 2001년 개항한 이래 성과가 나쁘지 않다. 공항공사의 노력, 정책 지원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기여도 적지 않을 것이다. 화물에서도 양대 국적 항공사의 수송능력이 뒷받침됐기에 반도체나 휴대폰도 수월하게 수출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비싼 화물이 항공업계 성장을 견인하기도 했다.

항공산업이 선순환 구도로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과거 일본에서도 같았다. 전후 정부 주도로 반민반관 기업으로 설립된 일본항공(JAL)은 세계 최초로 기내 물수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성과도 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이권에 개입하고, 8개나 됐던 노조가 노동운동의 중심이 되면서 회사는 급속도로 기울어졌다. 1982년과 1985년의 추락 사고로 ‘공룡 JAL’은 재기 불능 상태가 됐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민영화 결정 이후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이 JAL호(號)의 기장이 된 2010년까지 이 회사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44만 명 주주의 주식은 휴지가 됐고, 회사의 명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나모리의 거듭된 고사, 파산관재인 대신 회장직을 요구한 사연, 무보수 회장 수락의 조건 등 ‘경영의 신’이 JAL을 맡을 무렵의 상황이 신간 《마음에 사심은 없다》(기타 야스토시, 한국경제신문)에 잘 담겨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이나모리 평전으로 꼽힌 책이다. 교세라 창립 60주년에 맞춰 중국 대만에서도 동시 출간됐다.

이나모리 경영의 주요 키워드는 ‘아메바 경영’이다. ‘작은 조직으로 나누고 나눠 분할 경영한다. 조직 하나하나가 독립채산제로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 매출을 늘리고 경비를 줄이면 될 뿐, 복잡한 것은 없다. 아르바이트생까지 전 조직원이 숫자를 공유한다.’ 단세포 원생동물 아메바처럼 원리는 단순해 보인다.

이나모리식 아메바 경영이 어떤 기업, 어떤 산업에 다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교세라 성공 신화에 이어 JAL을 회생시킨 그의 경영 방식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시련기를 거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 외적인 일로 수난을 겪다가 총수를 잃고 젊은 회장을 내세웠다. 당분간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발등의 불일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찾아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더하다. 누가 대주주가 되든, 경영을 누가 맡든 종업원 1만 명이 넘는 기업은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평전 제목처럼 ‘사심이 없는 이나모리’ 같은 저력의 경영인이 나와 한국 항공산업을 다시 한 번 높이 날리면 좋겠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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