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등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일제히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가격 인상, 배달료 부과 등으로 치킨값 2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값비싼 치킨을 소비자들이 외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다. 매출도 2453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전년보다 4.5% 감소했다. 매출도 3168억원에서 3304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bhc의 영업이익은 648억원에서 606억원으로, 굽네치킨은 144억원에서 124억원으로 감소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4곳(매출액 기준)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치킨업체들은 영업이익 하락의 배경으로 지난해 치킨값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를 꼽았다.
BBQ 관계자는 "지난해 치킨 가격을 인상하면서 매출과 수익률이 함께 떨어졌는데 이는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치킨값 인상 후 가맹점 매출 보전을 위해 점주들에 대한 공급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배달치킨 가격은 사실상 2만원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BBQ는 후라이드 대표 제품 '황금올리브'를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 인상했다. 기본 프라이드치킨값이 1만8000원인데 2000원의 배달비를 포함하면 2만원이 되는 셈이다.
교촌치킨과 굽네치킨은 배달비를 부과해 가격 인상 효과를 누렸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비를 부과하자 다른 치킨 브랜드들도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평균 2000원씩 올리고, 배달비를 따로받기 시작했다.
대학생 김상욱 씨(22)는 "치킨 한 마리를 집에서 주문해 먹기에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요즘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치킨(부위별 판매)을 먹는다던지 마트에서 파는 더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편"이라며 "학생들이 먹기에 배달치킨 2만원은 정말 부담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안좋다. 배달앱, 대형마트 등 치킨 소비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데다 에어프라이어의 대중화 등으로 가정에서도 직접 치킨을 해먹는 이들도 늘고 있어서다.
BBQ는 지난 2월 배달앱 요기요와 함께 치킨 반값 행사를 진행한 뒤 할인 금액(9000원) 전부를 배달앱 업체와 절반씩 부담했다. BBQ 입장에선 마리당 4500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본사의 판촉비로 부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배달 주도권이 이제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배달앱으로 넘어간 데다 다른 치킨 업체들이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계속 하락하는 국면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형마트의 공세도 거세다. 롯데마트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치킨 한 마리를 일반 치킨값의 4분의 1 수준인 5000원에 판매했는데 17만마리를 다 팔았다. 앞서 지난 3월 1차 행사에서 12만마리를 일주일 만에 다 판매한 것에 이어 2차 완판이다.
집에서 치킨을 직접 해먹는 '치킨족'들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28만7000대로 전년보다 285%나 늘었다. 육가공업체 마니커는 지난 16일 에어프라이어 보급확대에 맞춰 에어프라이어 전용 치킨 브랜드도 출시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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