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업·경제 활동에 규제 많아
군 TF·주민협의회 등 잇단 발족
"지역 균형발전 위해 재조정돼야"
[ 임호범 기자 ]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모항항은 199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국가어항은 산업지역으로 상선들이 드나들거나 어업 활동이 필요한 거점 항구다. 모항항은 그러나 주변 바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각종 규제로 어업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진입 도로도 제때 보수하지 못한다. 태안 원북면 학암포와 구례포도 국립공원에 둘러싸여 해수욕장에 주차장 설치가 제한된다. 주민들은 “41년 전 당국자들이 국립공원 면적이나 많이 확보해 놓자고 벌인 일로 지금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국립공원 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다와 모래가 대부분인 태안해안국립공원에 발목 잡혀 개발을 못하고 있는 태안군과 주민들이 국립공원 구역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군은 부군수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국립공원 조정 용역을 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태안해안국립공원 조정 주민협의회를 발족하는 등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20일 태안군과 주민에 따르면 태안해안국립공원은 1978년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가로림만에서 안면도까지 377㎢ 규모로 지정됐다. 태안군 전체 면적 516.13㎢의 절반이 넘는다. 태안군의 32개 해수욕장 중 22개가, 41개 항·포구 중 7개 항·포구가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군과 주민들은 국립공원 지정 작업 당시 자치단체나 주민 의견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해안선을 위주로 지정해 그 피해가 41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해수욕장과 어항 인근 등의 지역만이라도 국립공원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유재산이 포함된 국립공원은 정부에서 매수할 것을 원하고 있다. 윤현돈 태안해안국립공원조정 주민협의회장은 “지역민들의 염원인 국립공원구역 재조정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0년마다 국립공원 구역을 재조정하고 있다. 내년이 국립공원 조정의 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이미 2000년과 2010년에 두 차례 공원 조정을 했지만 조정한 지역이 다시 보전산지로 묶이는 등 여전히 규제받고 있다는 게 군과 주민들 주장이다.
군도 주민들과 함께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군의 주요 사업도 발목 잡히고 있어서다. 군이 계획하고 있는 해양 헬스케어 사업 및 명품 해수욕장 사업도 국립공원으로 제약받고 있다.
정부는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관련 행정절차를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에 공원계획 변경 상정·심의 및 확정고시를 한다.
태안=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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