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하락 대책 세워라"…경제정책 비판나선 黨·政 싱크탱크

입력 2019-05-20 18:20  

소득주도성장은 거론 않고…
"문재인 케어, 재정악화 우려"
문재인 정부 정책 우려하는 KDI



[ 임도원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싱크탱크들이 잇따라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내부비판에 나서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복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 고용, 성장률 등 지표가 줄줄이 악화하자 정책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움직임이다.


여당 싱크탱크, 잇따라 정부에 ‘견제구’

민주당 내 연구기관 ‘더미래연구소’는 지난 13일 보고서를 내고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향후 건강보험공단의 적자와 적립금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문재인 케어는 성공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적정 규모의 건보 적립금 유지를 통한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보건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미래연구소는 민주당 내 진보·개혁성향 의원들의 정치행동·정책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가 설립한 당 싱크탱크다. 그동안 정책 연구와 토론회, 강연 등 내부 모임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에는 현안 관련 공개 발언도 내놓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정면 비판했다. 더미래연구소는 ‘모바일 직불카드의 신속한 보편화를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미 카카오페이 등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존재한다”며 “정부가 민간 사업자들을 정부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직불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회사에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계좌이체 수수료까지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라는 뜻”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더미래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기본 정책방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배치되는 의견도

민주당의 기존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정부 정책 방향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9일 ‘장기 경제성장을 위한 혁신의 가속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락 추세를 보이는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한국 경제에 대한 저성장 우려가 지나치다”고 언급해 온 것과 상반된다.

민주연구원은 “노동과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돼야 한다”며 “기업가정신 등 창업환경, 규제혁신, 연구개발(R&D) 생산성 등의 부문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장률 제고 방안으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KDI는 지난 16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규제개혁 기술혁신 등을 포함한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기적 경기부양을 노린 재정정책은 생산성은 향상시키지 못한 채 재정에 부담만 준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정책을 적극 써야 한다”고 강조한 날이었다.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2주년 정책 콘퍼런스’에서 “문재인 정부는 초기 부동산 정책에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재정 정책에서도 (지난해에만) 25조4000억원 초과세수로 내수 부진을 야기했다”며 “경제에서는 75점 이상을 주기 힘들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연구기관도 가세

국회 연구기관들도 정부를 향해 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2019 세법개정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R&D 등 기업의 투자 활성화는 기업 소득을 외부로 유출시켜 경제 활력 제고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법인세 완화 기조에서 조세 지원을 통해 기업의 실효세율을 조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세율 인상 등 법인세를 강화하고 있는 정부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의견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을 문 대통령 공약대로 50%로 올리면 연평균 13조3362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는 추계를 발표했다. 공약대로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도 대폭 앞당겨질 것이라는 경고였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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