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양호한 수주 실적으로 소송 우려를 만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 악재보다는 업황 개선을 주목하면서 용기 있게 접근하라는 권고다.
21일 오전 11시5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70원(0.93%) 오른 762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엔스코와의 드릴십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2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여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영국중재법원이 엔스코와의 드릴십 관련 소송에서 삼성중공업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고 공시했다. 손해배상액은 1억8000만달러(2146억원) 규모다. 영국 중재법원은 삼성중공업으로 인해 드릴십 용선계약이 취소됐다는 엔스코의 주장에 대해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날 삼성중공업 주가는 장중 7350원까지 급락했다.
드릴십 용선계약 취소와 관련한 2146억원 배상 명령은 삼성중공업의 올 2분기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실적에 이번 중재결과를 반영해 충당금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영한 2분기 세전손실은 2734억원으로 추정돼 시장 예상치 366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 기준 연간 실적의 개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패소로 인한 단기 투자심리 훼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 매력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KB증권은 최근 삼성중공업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했다. 홍성우 KB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했던 소송 관련 리스크의 부각 등으로 삼성중공업 주가는 코스피 대비 크게 부진했다"면서도 "주가 하락으로 상승여력이 확대돼 투자 매력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신규 수주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탠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4월 해양플랜트 1기와 LNG선 7척을 신규 수주했다. 수주 규모는 24억달러다. 작년 동기 16억달러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올해 연간 수주목표 79억달러(상선 58억달러, 해양플랜트 20억달러)의 30.8%를 차지한다.
올해 1~4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수주 규모는 각각 5억달러와 12억900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충당금 반영 등 이익 전망 하향조정에도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한다"며 "우수한 수주 실적에도 경쟁사 대비 프리미엄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이후에는 상선 부문에서 최근 입찰제안서를 받은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수 LNG선 발주가 진행되며 수주 모멘텀(성장 동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도 호주 Barossa FPSO(약 8억달러)와 나이지리아 Bonga FPSO(약 12억달러)의 연내 발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송 관련 이슈가 단기 주가에 걸림돌이 될수도 있지만 LNG선과 해양생산설비 업황 개선, 수주량 증대가 이를 상쇄시킬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패소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은 "엔스코가 드릴십 건조와 관련해 중개 수수료 지급과정에 깊이 관여한 당사자이며 법적으로도 관련 권리를 관계사에 모두 이전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중재 재판부의 사실 관계 및 법리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며 사법절차를 통한 구제 방안으로 영국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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