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으로 저금 정보 한눈에
저축 때 경제콘텐츠·쿠폰 보상
[ 김남영 기자 ] 아이가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 집에 돼지 한 마리가 생긴다. 군것질하다 남은 돈을 차곡차곡 돼지 저금통에 모으면서 저축을 배운다.
저금통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경제교육 도구다. 최근엔 저금통에 정보기술(IT)을 입힌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프레도에서 개발한 스마트 저금통 ‘삐뽀’(사진)가 대표적이다. 로봇과 닮은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면 블루투스로 연동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저금 정보가 기록된다. 저금통을 부수지 않아도 얼마를 저금했는지 알 수 있다.
앱에는 아이들의 저축을 독려하는 기능이 가득하다. 저축할 때마다 ‘오늘의 경제’ ‘오늘의 동화’ 등 교육 콘텐츠나 외식 쿠폰 등을 보상으로 준다. 어느 시기에 얼마를 저축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월별로 저축 목표도 설정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앱 내 미니게임 ‘마이펫(my pet)’에선 자신만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 저축액의 10% 비율로 쌓이는 포인트로 반려동물 먹이를 주거나 방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다.
김관석 프레도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음악 플랫폼 ‘멜론’의 마케팅 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저금통과 플랫폼 비즈니스를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삐뽀를 떠올렸다. 그의 아이디어는 금융회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래 고객인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힘쓰고 있는 금융사가 삐뽀를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그룹이 프레도를 육성기업으로 선정했다. 아이들이 저금한 액수만큼 부모의 계좌에서 어린이 계좌로 돈을 옮겨주는 ‘매칭 저축’ 상품을 검토 중이다. 프레도의 앱과 신한은행의 금융상품을 연결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보험회사도 삐뽀를 눈여겨보고 있다. 앱에 쌓이는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서다. 보험 광고도 띄울 수 있어 영업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한 보험설계사가 삐뽀를 보자마자 100대를 구매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삐뽀를 저금통이 아니라 경제교육 플랫폼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삐뽀 기능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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