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시신에 '주저 흔적'…딸은 '방어흔'
유일한 생존자 아들 "자느라 몰랐다"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 '의문'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의 시신에서 자해 전 망설인 흔적인 '주저흔'과 '방어흔'이 확인됐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피해자들의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피해자 3명 모두 목 부위 찔린 상처와 베인 상처 등이 사인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남편인 A (50)씨에게서는 주저흔이 발견됐고, 딸인 고등학생 B양에게는 손등에서 약한 '방어흔'이 나왔다.
아내 C (46)씨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다른 가족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자고 있다가 뒤늦게 일어나 집안에서 벌어진 참상을 알게된 중학생 아들 D (15)군은 "가족이 사건 발생 직전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D군은 경찰에 “새벽 4시까지 과제를 하느라 늦게 잠들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일어나보니 가족들이 모두 숨져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심리 상담 지원 등을 병행하며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한이 없이 가족들과 극단적 선택을 할 때 흉기를 이용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이런 잔혹한 방법을 사용할 정도의 동기가 있었는지 경제적 부분을 비롯한 가족의 상황 전반을 조사해 사건의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와 동반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 살인행위이다. "다만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상 극단적 선택을 할 때 특징이 가족전원이 함께 하는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 의문이 있다"면서 " 특히 극단적 선택의 이유가 경제문제라면 빚도 고스란히 상속되어 미성년 아들이 짊어지고 가야되데 왜 이런 선택했는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적 문제가 있을 때 여러가지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꼭 주위 사회복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절대 극단적 선택은 결코 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향후 나오는 약독물 검사와 흉기 감식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사망 원인과 범행 과정 등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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