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發 카드업계 지각변동 예고
[ 김대훈/정영효/이동훈 기자 ]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반전 드라마’의 최종 승자가 됐다. 지난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앤컴퍼니는 ‘KT 노조 고발’이라는 허들에 걸려 다 잡은 대어(大魚)를 놓쳤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 롯데가 막판에 인수자를 교체했다는 분석이다. 최후 협상에서 롯데 측과의 의견차가 컸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 법률 리스크에 ‘시간 없다’ 판단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말 입찰에서 MBK파트너스,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참여자를 따돌렸다. 1조8000억원대의 제안가격과 기존 근로자의 고용 보장,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업 등 모든 요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이르지 못했고, 배타적 협상기간인 지난 13일을 넘겼다.
이번 인수합병(M&A) 판도엔 KT 새 노조의 고발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T는 2016년 자회사 나스미디어를 통해 한앤컴퍼니로부터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인수했다. KT 새 노조는 지난 3월 KT와 한앤컴퍼니 간 M&A가 사실상 증여에 해당하고, 한상원 대표가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선 한 대표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하는 게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개인 간 거래에 적용되는 증여세를 적정 가치를 매겨 회사를 사고파는 M&A에 적용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롯데지주는 한시가 급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미뤄져 매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 M&A나 인터넷은행 증자 등에서 실제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미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롯데도 이 점을 우려해 인수자를 교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틈새 파고든 MBK·우리은행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이 덕분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당초 제시가였던 1조6000억원(지분 100% 기준)에서 가격도 2000억원가량 더 올렸다.
MBK파트너스는 기존에 보유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의 롯데카드 간 시너지 효과, 우리은행과의 협업 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최종 인수계약이 맺어진 뒤에도 당분간 카드업계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금융지주 계열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 카드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목표로 설정했고, 언젠가는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지분의 20%만 인수하면서 자산운용사, 캐피털사 등 다른 금융사 인수에 집중할 ‘시간’을 벌었다”고 분석했다.
카드 ‘2위 경쟁’ 치열해질 듯
장기적으로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합쳐지면 카드사 간 ‘2위 경쟁’에 뛰어들 덩치를 갖추게 된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자산을 더하면 1위 신한카드(작년 말 기준 29조3500억원)와 2위 삼성카드(23조47억원)를 잇는 3위권 카드사(22조6358억원)가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독점 계약이 현대카드로 넘어가면서 2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사모펀드들이 롯데카드에 과감히 베팅하면서 카드산업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PEF들은 카드사의 가치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 등의 여파로 실제보다 저평가됐고, 비카드 사업의 실적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공격적인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배율 한도는 5.8배로 금융위원회의 규제 한도인 6배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김대훈/정영효/이동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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