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버거킹 위기돌파 전략에 영감
[ 김보라 기자 ] 한국 버거킹의 혁신은 미국 버거킹 본사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국 버거킹은 같은 주주인 사모펀드 3G가 운영하는 식품 공룡 크래프트하인즈가 지난해 적자 전환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똑같이 ‘비용절감’을 내세웠지만 버거킹만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국 버거킹의 혁신은 2013년 32세의 나이로 버거킹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대니얼 슈워츠 버거킹 회장이 이끌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회사 전용 항공기, 호화로운 간부 파티 등 불필요한 것들을 없앴다. 그리고 현장으로 갔다. 슈워츠 회장은 주 2회 이상 유니폼을 입고 매장에서 버거를 만들었다. 화장실 청소도 했다. 이 경험을 근거로 폐점할 매장, 더 키울 매장 등을 결정했다.
매장별로 다르고 수십 개에 달했던 메뉴도 12개만 남기고 다 없애버렸다. 재료비는 줄었고, 서비스 속도는 빨라졌다.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트렌드를 빨리 쫓았다. 고기 대신 대체 육류가 들어간 ‘임파서블 와퍼’, 엄청 큰 크기의 ‘베이컨 킹 버거’, 반려동물 간식 ‘독퍼’ 등이 그 예다. 중간급 관리자에게는 자사주를 나눠줬다.
신메뉴로 트렌드를 공략한 뒤엔 마케팅 공세를 폈다. 60년 라이벌인 ‘맥도날드 끌어내리기’ 마케팅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와퍼로 우회하세요(whopper detour)’라는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1센트에 와퍼 먹기’라는 콘셉트로 기획된 이 이벤트는 주변 맥도날드 반경 180m 내에 접근해 버거킹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하도록 했다. 맥도날드 매장 주변에 서서 그 지역 버거킹 매장으로 원격 주문해야 와퍼 버거를 1센트에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내 매장 수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점을 이용해 경쟁사 매장을 거점으로 삼는 전술이었다.
지난 2일 버거킹은 맥도날드의 어린이 메뉴 ‘해피밀’을 저격했다. ‘언제나 행복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괜찮다. 기분대로 즐겨라’는 문구의 광고를 내보낸 것. 어른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상을 담고 ‘무디밀’이라는 이름으로 자사 제품을 팔았다. 브라질 버거킹은 아예 버스정류장 광고판에 맥도날드 매장 사진을 걸어놓고 이 그림의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맥도날드가 활활 불에 타는 VR마케팅도 펼쳤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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