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했으니 LG도 차별화된 서비스 보여줘야' 중압감 커
LG전자가 블록체인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제품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보안성과 신뢰성 등 블록체인의 가치를 녹이면서도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성을 갖추기 위함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했다. 구글 앱스토어와 같이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을 담는 전용 온라인 스토어를 제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블록체인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3일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가 "블록체인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확대 출시하고 사용자들이 별도 하드웨어 월렛없이도 디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삼성전자의 전략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기능을 탑재하자 LG전자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출시 예정인 V50에 갤럭시S10과 마찬가지로 디앱 스토어 탑재를 추진했다. 디앱 스토어에 탑재될 프로젝트 확보에도 나섰다.
다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지난 2월부터 LG전자가 만남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전략적 제휴와 LG전자 스마트폰 디앱 탑재를 문의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LG전자는 갤럭시S10 탑재 여부와 무관하게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다수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디앱 스토어 탑재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근 출시된 V50에도 블록체인 기능은 빠졌다. 갤럭시S10과 똑같은 디앱 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하면 삼성전자의 카피캣(복제품)으로 전락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LG전자 스마트폰이 제공할 수 있는 독창적인 가치를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 관계자들은 자체적인 내부 블록체인 학습을 비롯해 외부 블록체인 콘퍼런스를 다니며 아이디어 구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앱 스토어를 삼성전자가 선점하고 블록체인 기술 적용 확대 방침도 밝혔다"며 "LG전자가 블록체인 기술 차별화에 대해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LG전자가 최근에도 여러 프로젝트를 만나고 콘퍼런스에 직원을 보내며 관련 스터디를 이어가고 있다"며 "참신한 서비스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상용화 사례가 적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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