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필 메모 266점 공개
"정부 뭐하냐"·"썩어빠진 언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철학'이 담긴 친필 메모 266점이 공개됐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졌던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수석보좌관회의, 부처업무보고 등 각종 회의 도중 이같은 메모를 작성했다.
뉴스타파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 공개한 노 전 대통령의 친필메모 발췌본에 따르면 정책·행정 92건, 경제·부동산 53건, 외교·안보 41건, 교육·과학기술 33건, 언론·문화 12건 등이다.
이 메모에는 "늘 자신감 있으면서 희망을 얘기하고, 역사의 진보를 믿고 몸을 던졌던", 그리고 "외로움을 극복하고라도 뭔가 이루고 싶다는 꿈이 간절했던", 또 "정치개혁을 필생의 숙제로 여기고 도전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진면목이 담겨있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참 느리다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규제개혁 추진 보고 회의 관련해 답답한 마음을 드러낸 것.
2006년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중에도 '정부 뭐하냐? 똑똑히 해라'라고 쓰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메모에서는 '북핵-걱정, 1. 핵·테러·마약, 2. 탄압받는 사람에 대한 업적, 사람과 정권을 바꾸어서 해체시킬 의도는 없다. 자유를 보급하는 것, 믿게 하자. 변하고 있다. 압력' 등을 메모했다.
2007년에는 언론에 대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론과 숙명적인 대척', 대통령 보고서 중에선 '식민지 독재 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썼다.
또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할 것. 신뢰의 사회, 관용의 사회, 책임지는 사회를 위해서... 독재하에서는, 천박하고 무책임한 상업주의, 대결주의 언론 환경에서는 신뢰, 관용이 발 붙일 땅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메모를 통해 언론과의 대립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임기 말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을 때도 "대선 잿밥에 눈이 먼 양심도 소신도 없는 정치인들. 사리사욕, 이기주의의 동맹. 어리석은 국민이 되지 말 것"이라고 적으며 다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과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를 접하고 "메모 내용과 연설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통령은 말로 정치를 하는 거다. 말이 권력이다'라는 생각이셨다. '말을 성의있게 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으셨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문희상 국회의장,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대거 모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참석하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불참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참석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항소심 재판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노무현재단 임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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