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수 기자 ] ‘반도체도 이천 특산품이 될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으로 최근 히트를 친 SK하이닉스 기업 광고는 어떤 회사에서 제작했을까. SK그룹이 지분 23.4%를 보유한 광고대행사 SM C&C를 떠올렸다면 틀렸다. 정답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이다. 이노션은 2년째 SK하이닉스 광고 제작을 맡으며 ‘반도체 의인화’ 시리즈 등 화제작을 선보였다.
기업을 ‘삐딱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의 논리대로라면 SK하이닉스는 SM C&C에 광고 제작을 맡겼어야 한다. SM C&C의 실적이 올라야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주요 주주인 SK그룹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달랐다. SM C&C에 일을 주지 않았다. ‘실력’과 ‘효율성’을 따진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M C&C 제안도 훌륭했지만 ‘반도체 시리즈’ 광고와 관련해선 이노션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세트업체들은 수준이 떨어지는 계열사의 제품·서비스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최우선 순위는 ‘성능’과 ‘효율성’이다. 맏형의 따뜻한 보살핌을 기대했다간 ‘쪽박찬다’는 게 대기업 부품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대기업 부품 계열사들은 생존을 위해 실력을 쌓았고 결국 살아남았다. 그렇게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게 한국의 대기업들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대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보는 듯하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쉽고 선명한 용어를 내세워 대기업 내부거래 대부분을 부당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효율성’과 ‘보안성’을 따져 계열사에 일을 준 것에는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려는 목적’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툭하면 대기업 본사에 조사관 수십 명을 보내 주요 정보를 탈탈 털어가고, 직원들을 수시로 호출해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돈 보따리가 필요할 땐 손 내밀고, 돌아서면 뒤통수 치는 무서운 정부”라는 게 기업인들의 평가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인들의 기부터 살려줘야 한다. 그래야 투자도, 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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