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80여명 등 추도객 2만명
[ 김소현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 80여 명이 집결했다.
문희상 “‘새로운 노무현’ 찾자”
노무현재단은 이번 추도식 주제를 ‘새로운 노무현’으로 정했다. 애도와 추모를 넘어 추도식에 참석한 사람 모두 ‘새로운 노무현’으로서 그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30도 안팎의 더운 날씨에도 2만여 명(재단 측 추산)의 추도객이 몰리면서 봉하마을 입구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묘역에서 2㎞가량 떨어진 곳부터 추도식장까지 걸어 들어갔다. 도로 주변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등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말들이 적힌 노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추도식은 예년과 달리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였다.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는 부시 전 대통령의 지적·전략적 능력에 감탄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분께선 한·미 관계를 새로운 관계로 진전시키는 등 함께 많은 일을 이뤘다”며 “유족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첫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장은 추도사에서 “당신(노 전 대통령)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정치가 길을 잃어 가고 있지만, 하늘에서 도와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 짐은 이제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은 저희가 엄두 내지 못했던 목표에 도전하셨고, 저희가 겪어 보지 못했던 좌절을 감당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저희들은 그 길을 가겠다”며 “멈추거나 되돌아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추도식에서 가수 정태춘 씨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떠나가는 배’와 ‘상록수’ 등을 추모곡으로 불렀다. 추모곡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전원이 기립해 제창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이용석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자리했다. 야당에선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경태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추모단을 대신 보냈다. 일부 참석자는 추모단을 향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권 “여야 화합 계기로 삼아야”
정치권에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여야 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한 ‘화합’과 ‘실용 노선’을 다시 주목해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기득권과 싸웠던 노무현 정신은 사라지고, 그 이름만 팔아 ‘자기 장사’ 하는 사람이 넘치고 있다”며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계속되는 사이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노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불통을 버리고 먼저 손을 내밀어 정치를 정상화하자”고 주문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이날 봉하마을에서 기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과감한 양보로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며 “국민 마음이 쪼개져 있는데, 노무현 정신으로 통합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야 화합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실용 노선을 정부에 주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제주 해군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 등 본인의 신념과 현실의 충돌 앞에서 용감한 결단을 내렸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 유독 떠오르는 요즘”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오늘 하루만큼은 참여정부의 정책적 유연성을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해=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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