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와 설전을 벌이는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에게 스타트업 업계가 비판을 쏟아냈다. 그동안 정부 당국의 불통과 권위주의적 태도에 쌓여온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번 사태는 최 위원장이 지난 22일 이 대표를 겨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타다' 갈등과 관련해 이 대표가 택시업계에 강경 입장을 내자, 최 위원장이 이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이었다.
최 위원장이 금융위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문제 삼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최 위원장이 다시 23일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재차 반박하며 확전됐다.
'혁신'을 기치로 내건 승차공유 업체가 타격이 예상되는 택시업계를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을 대하는 고위 당국자의 인식 자체가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과 이 대표의 날 선 공방은 스타트업 업계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김진화 타이드인스티튜트 이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정부 들어 관료들이 시장(플레이어)에 훈수를 두거나 대놓고 비난하는 행태가 불거졌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콕 집어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일도 있었다. 이재웅 대표의 발언은 본인과 회사가 책임지면 될 일이지만 임명직 관료들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큰 원칙에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글과컴퓨터 창립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도 최 위원장의 발언을 빗대어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거군요"라고 꼬집었다.
국내 최다 사용자를 보유한 카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풀러스'를 운영하는 서영우 대표도 "한 방에 권위적인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시간날 때 댓글 400개는 읽어보시길. 일반 국민들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며 성토했다.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금요일 밤 강남역에서 5만 콜이 들어오는데 총 가용 택시는 1만 대에 불과하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근무시간의 25%만 손님이 있지만 승객 입장에선 원할 때 항상 택시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짚은 뒤 "상황이 이런데 정부가 안 된다고만 하니 소비자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공유 서비스를 허용하는 대신 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운영 차량만큼의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식의 제도를 마련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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