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결집시킨 黃의 '민생 대장정'…외연 확장은 '숙제'

입력 2019-05-24 15:58  

25일 광화문 집회로 마침표
"거짓말 정부" "독재자" 등
독한 발언 앞세워 문재인 정부 비판



[ 하헌형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25일 서울 광화문 집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 7일부터 19일간 전국을 돈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안보 실정을 집중 부각시켜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청와대를 향해 센 발언을 쏟아 내며 정치 공세에 집중하다 보니 중도층 반감을 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24일 새벽 경기 성남의 한 인력사무소를 찾아 일용직 근로자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 그는 “요즘 일자리가 없는 것은 정부가 기업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든 데 뿌리가 있다”며 “기업들이 신나게 일해야 하는데 자꾸 규제하니 투자를 안 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경기 평택항마린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선 미세먼지 현황 브리핑을 들은 뒤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안전하고 깨끗한 원전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황 대표는 대장정 일정으로 시장과 중소기업, 농가, 노인정 등을 찾을 때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 냈다. 날이 거듭될수록 ‘거짓말 정부’ ‘독재자’ ‘김정은 대변인’ 등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의 독한 발언이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구심점을 잃었던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냈다.

전통 지지층 결집에 치중한 나머지 중도층 마음을 얻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 경북 영천의 은해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황 대표는 합장을 하지 않아 불교계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중 정치인이 자신의 종교색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층을 포용하고 당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황 대표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벌어진 여야 대치 정국을 풀 정치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 과정에서 여당의 사과를 받아 내고 대통령과의 1 대 1 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다음주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동, 환경 등 현안별 민생 현장을 찾아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날 강원 고성의 산불 이재민 보호소에서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일단이다”며 장외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가 잘못된 폭정을 멈추고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고쳐 장외 투쟁이 필요 없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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