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0도 급속냉동 기술로 만든 버섯
가정 간편식 공략…미국·중국 등 수출
[ 김형규 기자 ] “우주에 농사를 지을 겁니다.” 버섯회사 미미청아랑의 임성혁 대표(50·사진)는 난데없이 화성(Mars)에서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해 긴 설명을 이어갔다. 버섯 사업보다 ‘스페이스 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스마트팜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지고 있는 한국에서 그보다 몇 단계 높은 우주 농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임 대표는 “스페이스 팜을 목표로 삼아 국내 농업기술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우스 버섯재배는 스마트 팜보다 한걸음 나아간 버티컬 팜(수직 농장)의 시초”라며 “버티컬 팜은 우주 농사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농부에서 연 매출 150억원의 버섯기업 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가 꿈꾸는 우주 농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임 대표의 꿈은 원래 농부가 아니었다. 서울대 농학과를 다니던 그는 그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다. 대학생 때 기술고시 1차에도 합격해봤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도 일했다. 이후 동부한농화학(현 팜한농)에 입사한 그는 업무 과정에서 농가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접했다. 주저없이 사표를 던졌다. 고향인 경기 광주로 내려가 형, 동생과 함께 1998년 버섯 농사를 시작했다. 자택 지하실이 농장이고 회사 사무실이었다.
열정만 갖고 시작한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농학을 전공했지만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막상 버섯을 재배하자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자식같이 키운 버섯들은 자꾸 죽어나갔다. 외환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1998년. 은행에 내야 할 대출 이자가 감당이 안 됐다. 한뜻으로 모인 형제들과 자주 다퉜고,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단칸방으로 집을 옮기고 신혼집 전세금 4000만원 중 절반을 떼서 투자와 연구를 했다.
인근 버섯 농장을 돌면서 1년간 재배 연구에 매달렸다. 기존 상자 재배법을 버리고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병 재배법을 도입했다. 이렇게 생산한 느타리버섯을 ‘맛타리’라는 이름으로 팔았다. 국내 최초의 버섯 브랜드였던 셈이다. 대용량 포장 대신 200~300g의 소포장을 도입한 것도 주요 전략이다.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게 되면서 사업 규모도 빠르게 커졌고 형제들도 다시 뭉쳤다.
느타리에서 출발한 미미청아랑은 표고 양송이 새송이 팽이 등 13개 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 및 농가 계약 재배를 통한 버섯 생산부터 유통까지를 직접 처리한다. 연 매출 150억원을 넘는 버섯종합회사로 성장했다.
이 농업법인의 품질 경쟁력 중 하나는 영하 50도에서 버섯을 얼리는 개별급속냉동(IQF)이다. 보통 영하 18도에서 냉동하는 일반 버섯보다 식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런 양질의 버섯으로 버섯밥, 버섯부대찌개, 버섯두루치기 등 가정간편식(HMR)도 내놨다.
그는 “외국에서 버섯이 에노키(팽이), 에링기(새송이), 시이다케(표고)로 불리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22년간 버섯만 보고 달려온 임 대표는 이제 한국 버섯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준이 됐다고 평가한다. 그는 2010년부터 미국, 호주, 홍콩, 중국으로 버섯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버섯의 배지(培地·식물체를 배양하기 위해 특수한 물질을 넣어 혼합한 것)를 국산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하는 것도 그의 국산 버섯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AJ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아 여주 농장을 인수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화성에 농사를 짓기 위해선 농업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다. 태양광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기술, 더위와 추위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돔 건축 기술 및 신소재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2015년 화재로 공장이 소실된 자리에 스페이스 팜 연구소를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상상을 현실로 이루고 싶어 하는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FARM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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