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계 질환과 치료법
50대 남성 절반이 발병
여성질환도 '삶의 질' 떨어뜨려
[ 이지현 기자 ]
각종 비뇨기계 질환이 있어도 끙끙 앓다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 대부분 병원을 찾아 질환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뇨기계 질환은 배뇨장애 등이 생긴 초기에 진료하면 간단한 약물로도 교정된다. 증상을 일찍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한 이유다. 비뇨기계 질환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50대 남성 50% 앓는 전립선 비대증
남성에게 흔한 비뇨기계 질환 중 하나가 전립선 비대증이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생식기관이다. 방광 아래쪽 소변이 나오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배뇨와 생식 기능에 관여하는 기관으로, 무게는 15~20g, 길이는 4㎝, 폭은 2㎝ 정도로 호두만 한 크기다.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액은 정자의 영양분이 된다. 요도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한다. 대개 50대부터 전립선 비대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 비대증은 50대 남성의 50%,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전립선 비대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76만790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27만604명이 진료받았다. 이동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비뇨기 관리는 삶의 질과 연관이 깊다”며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큰 고통을 호소한다”고 했다.
전립선 비대증은 요도를 감싼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다. 요도를 압박하며 소변길이 좁아져 배뇨장애로 이어진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여러 복합적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원인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비뇨생식기관의 노화다. 호르몬이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생식기관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전립선이 커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30~4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당뇨, 고혈압, 비만 등 대사질환자가 늘면서다.
자다가 소변 보러 한 번 이상 깨면 의심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소변을 볼 때 불편을 겪는 배뇨증상을 호소한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약뇨, 소변을 보고 싶어도 실제 소변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주저, 소변을 본 뒤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등이 나타난다. 소변이 방광에 찰 때 불편을 느끼는 저장증상도 호소한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고 느끼는 빈뇨,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잠에서 깨는 야간뇨,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기 어려운 요절박 등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약물과 수술로 치료한다. 전립선 근육의 긴장도를 낮춰 소변이 쉽게 나오도록 돕는 알파차단제, 호르몬 분비를 줄여 전립선이 커지는 것을 막는 호르몬억제제 등이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불편이 계속되면 수술해야 한다.
혈뇨증상이 있거나 약물 부작용이 심한 환자도 마찬가지다. 전립선 비대증 약을 먹으면 성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일부 약은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복혈당 장애 등이 생기지 않는지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전립선 비대증 수술은 내시경을 이용해 커진 전립선의 일부를 잘라내는 경요도적전립선절제술(TURP)과 레이저로 전립선 일부를 없애는 홀뮴레이저 수술 등이 있다. 환자 70~80%는 수술받은 뒤 10년 넘게 배뇨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을 받아도 나이가 들면서 남은 전립선 조직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받아 배뇨 상태나 전립선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이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을 방치하면 소변을 못 보는 하부요로 증상이 악화돼 방광염이나 요로결석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심하면 급성전립선염, 신우신염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암과는 상관없다. 암으로 이어질까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여성에게 흔한 방광염
여성에게는 방광염이 흔하다. 세균 바이러스 때문에 방광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빈뇨, 요절박 등 배뇨증상과 함께 치골 위쪽의 통증, 배뇨통 등을 호소한다. 환자의 40% 정도가 혈뇨증상이 있다. 절반 정도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3~5일 정도 약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2주 넘게 계속되면 항생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밑이 빠지는 병으로도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은 비뇨기계 질환이다. 자궁, 방광, 직장 등 장기를 지지하는 근육이 약해져 생긴다. 배에 압력이 높아질 때 근육이 약해지면서 장기가 아래로 흘러나와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어떤 장기가 밖으로 나왔는지에 따라 부르는 명칭도 다르다. 장이 빠져나왔다면 직장류, 자궁이 빠져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나오면 방광류라고 부른다. 두 개 이상 증상이 복합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임신과 출산 때문에 생긴다. 출산할 때 골반 구조가 바뀌어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인대, 근막, 근육 등이 손상된다. 만성 변비나 복부 비만, 잦은 기침이 있는 사람에게도 생길 위험이 있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예방하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배변 습관을 바꿔야 한다.
아래 묵직한 덩어리 만져지면 병원 찾아야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기면 질 쪽으로 묵직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빠져나온다. 걷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배뇨증상을 호소한다.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초기에는 골반 근육을 강하게 하는 운동을 하면 증상이 나아진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돼 질 밖으로 장기가 계속 나오면 수술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도 한다. 배지현 고려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 증상이 있어도 수치심 때문에 치료를 미루다 악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치료를 미루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병이 의심되면 빨리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평소 케겔 운동을 하는 등 골반 근육과 주변 조직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동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배지현 고려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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