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술 희생자 윤정役 열연
그동안 씩씩하고 착한 역할만 맡아
새 캐릭터 열망…"무조건 하겠다"
“지금까지 씩씩하고 착한 역할을 많이 했어요. 나이는 점점 더 먹어 가는데, 현실에 안주하며 편하게 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속 윤정이는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윤영이 이런 연기도 할 줄 아는구나’ 정도로만 봐주셔도 목표 달성입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0.0MHz’에서 강령술의 희생자 윤정을 연기한 배우 최윤영(33·사진)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컸다”며 이렇게 말했다. ‘0.0MHz’는 미스터리 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를 증명하기 위해 흉가를 찾아갔다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누적 조회수 1억2000만 뷰를 기록한 동명의 공포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최윤영은 귀신에게 빙의돼 친구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윤정 역을 맡았다. 금발의 단발머리에 크롭 티셔츠, 핫팬츠 등 평소 그답지 않은 파격적인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윤영은 “영화 때문에 금발로 염색한 건 아니다”며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염색한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귀신의 검은머리와 대비되는 이질감이 있어 좋을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의상도 쇼핑몰에서 직접 샀다. 윤정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역동적인 캐릭터라고 했다.
“하도 상처가 많이 나서 분장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런 걸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여배우한테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아궁이 밑으로 끌려가는 장면은 대역이 있을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윤영이는 춤을 잘 춰서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봤던 모든 공포영화를 떠올리며 기괴하게 연기했죠.”
촬영 중 기절한 적도 있다고 했다. 빙의되면서 가슴 부분이 들리는 장면이 있는데 와이어를 쓰지 않고 직접 연기했다. 과호흡으로 발작을 일으키다 갑자기 숨을 멈추고 목이 꺾인 상태로 있다 보니 감독이 “컷” 하는 순간 기절했다는 것. 최윤영은 “매니저가 모니터를 찍어놓은 걸 보니 눈이 휙 돌아가더라”고 했다.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최윤영은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 ‘전생의 웬수들’ ‘다 잘될 거야’ ‘여왕의 교실’,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에서 주연을 맡으며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예능 ‘정글의 법칙’ ‘진짜사나이’에서는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뽐냈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도 환경부 장관 정책비서관으로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금씩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있어서 너무 좋고 행복해요. 다음에는 악역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변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거든요. 존재감 있는 조연,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태유나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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