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이가 주는 행복

입력 2019-05-26 17:37  

박미경 <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mkpark@forcs.com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져 올해부터는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다. 아이들이 없는 미래는 생각만 해도 암울하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결혼하고도 의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고 여유롭고 자유롭게 부부생활을 영위하는 일명 ‘딩크족’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기를 선택한 싱글족이 새로운 소비의 주역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혼자여서 더 행복하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한 번뿐인 인생, 지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후회 없이 살자”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대부분 혼자 인생을 즐기고, 미래에 대한 준비나 타인을 위한 희생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사회가 변하면서 행복의 기준도 바뀌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에도 싱글이 많다. 이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결혼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결혼제도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부담이 되고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한국여성벤처협회 임원 중에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슈퍼우먼 같은 대표가 있다. 사람들은 늘 그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얼마나 힘드셨어요?” “어떻게 사업과 육아를 병행하셨어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그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하다.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많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규칙만 잘 정해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잘하고 큰 문제 없이 자랍니다. 지금까지 크게 속을 썩이거나 힘들게 한 아이도 없었죠. 저는 참 복이 많아요.”

사실 힘든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아이들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서 잔잔한 행복이 번지는 걸 봤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부모의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는 특별해 보이지만 가장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들이 그를 ‘특별하게’ 보이도록 했을까.

경제적인 문제나 아이에 대한 보육과 교육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딩크족이 된다. 취업난과 저성장 시대의 높은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해버린 젊은 세대들이 욜로족으로 변해 가고 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자녀 양육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사회적 배려가 있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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