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찾는 자선콘서트 명소
명품샷 보고 캠핑까지
'그들만의 공간' 이미지 깨고
가족친화 골프문화 전도사
[ 조희찬 기자 ] 26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이 열린 경기 블랙스톤이천GC. 북·서 코스 옆 동 코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놀이공원 기차를 닮은 14인승 카트가 쉴 새 없이 클럽하우스를 오가며 어린이 손님들을 태워 날랐다. 서울에서 다섯 살 아들과 대회장을 찾은 권수정 씨(31)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는 기사를 보고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왔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며 “도심에선 보기 힘든, 뻥 뚫린 공간에 풀과 나무도 많아 제대로 된 소풍을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공간’이란 인식이 강했던 최고급 골프장들이 문턱을 낮추고 있다. 페어웨이가 주차장, 캠핑장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선다. 골프장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공연하기도 한다. 회원이라도 복장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출입을 막는 등 권위적이고 폐쇄성 짙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상전벽해’다.
‘명문 코스’ 블랙스톤이천GC의 스킨십이 두드러진다. 회원제인 이 골프장은 경기 코스로 사용하지 않는 동코스를 2년 연속 가족단위 관람객에게 개방했다. 동코스 9번홀에 어린이들을 위한 ‘에어바운스’ 놀이터와 스내그 골프(놀이용 골프 게임), 14인승 카트 셔틀 체험, 발로 공을 차 홀에 넣는 ‘풋골프’ 등의 놀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다수 시설이 그린 주변과 페어웨이에 있어 잔디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도 내린 결정이다. 복구에만 수천만원이 든다.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수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회원들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블랙스톤이천GC 관계자는 “지난해 대회 이후 필드 잔디를 원상복구하기까지 최소 1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잔디관리 비용 등 눈앞의 손실보다 ‘미래의 손님’인 아이들에게 골프와 골프장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투자 개념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5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회장 최등규)에서 성황리에 끝난 ‘서원밸리 자선 그린 콘서트’는 그런 점에서 ‘개방형’ 골프장의 원조 격이다. 올해로 20년째인 이 그린 콘서트는 국내는 물론 단체 해외 여행객이 매년 찾는 글로벌 이벤트로 성장했다. 서원밸리CC는 골프 전문 매거진이 선정하는 ‘국내 10대 코스’에 해마다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명문 코스다. 인파에 밟힌 잔디 복구와 행사 준비 비용으로 매년 5억~6억원이 들지만 행사를 빼먹지 않고 있다. 3000여 명의 외국인 관람객이 몰린 올해 이 행사는 누적 관람객 40만 명을 넘겼다. 이석호 서원밸리CC 대표는 “골프장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에서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정착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전했다.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오크밸리 캠핑페스티벌’도 골프장에서 열린다.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CC다. 18홀 골프장을 모두 개방한다. 캠핑과 야시장 등 비(非)골프 이벤트는 물론 장타 대회, 패밀리 퍼트 대회 등의 행사를 연다. 이미 캠핑족 사이에선 ‘꼭 가야 하는 버킷리스트’ 같은 개방형 가족행사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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