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임용 때 경력 10년 이상 자격…법조계 "우수 인재 안온다" 우려

입력 2019-05-26 17:59  

Law & Biz

서열화 없애려 법조일원화제 도입
박봉·격무·지방 전근 등에 기피
로펌·기업 출신 '후관예우' 지적도



[ 신연수 기자 ] 변호사나 검사로 10년 이상 일해야 판사 임용 자격을 주는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을 놓고 법원 안팎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판사로 임용되기 전에 일했던 직장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재판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선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6년부터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신임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2013~2017년에는 3년 이상, 2018~2021년에는 5년 이상, 2022~2025년에는 7년 이상의 경력자를 임용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연수원 성적 순으로 판사를 채용하면서 나타나는 서열주의 등의 부작용을 깨보겠다는 사법개혁의 일환이다. 경륜이 풍부한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해 재판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선 이전만큼 실력 있는 인재를 판사로 뽑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로펌이나 검찰에서 10년 동안 일하며 자리를 잡고 조직의 ‘허리’로 활약하는 우수한 경력자들이 굳이 법원행을 택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10년 경력의 검사는 몇 년 뒤 부부장 승진을 할 수 있고 로펌에서도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는 연차”라며 “박봉과 격무, 지방 전근 등을 무릅쓰고 유능한 검사나 변호사가 법관직에 지원할 유인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이 문제를 안건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로펌 출신 판사에 대한 ‘후관예우’ 등으로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한 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5년 경력으로 임용된 신임 법관 38명 가운데 로펌과 기업 변호사 출신은 각각 23명과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 임용 전 몸담았던 로펌이나 기업 등이 관련된 사건을 재판할 때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이나 새내기 법조인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판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진로였던 이른바 ‘검클빅(검찰·로클럭·빅펌)’ 가운데 판사 임용에 유리한 로클럭(재판연구원)보다 기업 자문 등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 좋은 대형 로펌에 취직하길 원하는 학생이 더 늘고 있다. 올해 초 사법연수원을 마친 연수원 48기의 수석과 차석도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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