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적 커리큘럼으로 인재 양성
기존 교육과 융합될 때 더 효과적
‘무크(MOOC)’는 수강자 수의 제한이 없는 대규모 강의(massive)로, 강의료 없이(open) 인터넷(online)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course)을 의미한다.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는 2008년 시작됐다. 이후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이면서 구글 로봇 자동차를 발명한 세바스찬 스런은 2011년 무크에 초점을 맞춘 유다시티(UDACITY)를, 2012년에는 스탠퍼드대의 앤드루 응과 다프네 콜러 교수가 무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벤처 코세라(Coursera)를 설립하면서 MOOC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이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도 에드엑스(edX)를 설립해 새로운 변화에 편승했다. 고등교육을 재설계하는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MOOC 부상의 배경
MOOC가 부상한 배경에는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기술적 실업 상황이 놓여 있다. 기술적 실업이란 기술 진보에 따라 노동 수요가 감소함으로써 발생하는 실업을 의미한다. 많은 산업 분야의 전문가나 경제학자 모두 기술적 실업의 해결책으로 교육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는 젊은 시절에 한번 배운 지식으로는 현재 일자리를 지켜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문제는 배울 곳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의 교육 시스템은 아직 사회에 발을 내딛지 않은 학생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의 급격한 성장 이유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등교육의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비드 에드워스 하버드대 교수 등 비평가들은 미국 대학이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제조 경제를 위한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학자인 리처드 아룸과 조피사 록사는 2011년 발간한 그들의 저서 《미국 대학의 표류》에서 24개 대학의 학부생 23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45%가 비판적 사고, 복잡한 추론, 글쓰기 능력에서 대학 입학 후 2년 동안 향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학 수업료는 급격히 증가했다. 1985년 이래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5%였으나 대학 등록금 상승률은 500%에 달했다. 미국인들은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오늘날 학비 대출 부채액은 미국 전체 신용카드 부채액보다 많다. 부채가 많은 사람일수록 채무불이행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교육이 되레 혁신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MOOC의 장점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필요한 능력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개념화해 결론을 내리는 비판적 사고와 사실과 의견을 일반이론으로 종합하는 추론, 그리고 컴퓨팅 사고 등이다. 이런 능력이 학교 내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제 간 교류가 이뤄져야 하지만 많은 대학의 학과는 고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데이터 과학은 컴퓨터 학과에서만, 인문학은 문학 교과에서만 다뤄지다보니 학교 밖에서 필요한 근본적인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 이런 교육이 일부 대학에서 제공되는 탓에 선택받은 소수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누구나 평등하게 이론적이고 실질적인 지식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MOOC는 좋은 대안이 된다. 심지어 최근 ‘미네르바 프로젝트’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학습과 대학 기숙사를 결합한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더 월등한 콘텐츠를 4년제 교육비 절반이 되지 않는 가격에 제공하고자 한다. 연 1만달러만 내면 기숙사가 제공되고, 양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다. 세미나를 주도하는 교수들은 세계 대학에서 섭외된다.
기존 교육 시스템을 보완하는 MOOC
기존 교육의 대안으로 MOOC가 거론되지만, MOOC는 대학 교육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많은 대학이 MOOC 플랫폼에 강의를 제공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이유로 내부에서 구현이 어려운 다학제적 커리큘럼을 MOOC를 통해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사업영역에서 요구되는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MOOC와의 협력을 통해 기업이 필요한 커리큘럼을 구성해 기존 직원 교육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신호발송’이다. 대학 교육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졸업장을 얻기 위해 대학에 등록하는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자신을 더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대학졸업장을 가진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높다고 간주한다. 아무리 MOOC를 통해 실질적인 능력을 배양했더라도 ‘증명서’가 없다면 여전히 경제적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증명서가 인정되더라도 그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 신뢰성을 결정하는 주체는 학자가 아니라 고용주가 될 것이다. “대학 졸업생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장소, 곧 사회에서는 승인자가 아니라 고용자가 결정권자가 된다”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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