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옥상가옥 (屋 上 架 屋)

입력 2019-05-27 09:01  

지붕 위에 또 집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 등을 부질없이 거듭하는 것의 비유 - 진서(晉書)




▶ 한자풀이

屋 : 집 옥, 휘장 악
上 : 윗 상
架 : 시렁 가
屋 : 집 옥, 휘장 악

서평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낙양지귀(洛陽紙貴), 낙양의 종이가 귀해졌다. 책이 누군가의 호평으로 잘 팔린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문장가 좌사는 어려서는 글을 잘하지 못하고 인물도 변변찮았으나 후엔 붓만 들면 구구절절이 명문이었다. 그가 10년간 가다듬기를 거듭해 위·촉·오 세 나라 도읍의 변화를 묘사한 삼도부(三都賦)를 완성했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화라는 시인이 이 책을 읽고 대문장가 반고와 장형의 글과 같다고 칭찬했다. 삼도부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고, 당대 고관대작은 물론 낙양 사람들이 다투어 책을 필사하는 바람에 ‘낙양의 종이값이 뛰어올랐다(洛陽紙貴)’.

동진의 문장가 유천은 양도부를 지어 당시 세도가 유량에게 평을 부탁했다. “좌사의 삼도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양도부를 앞다퉈 베껴 종이값이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의 고관 사안은 달랐다. 그의 눈에 유천은 반고나 장형, 좌사의 아류에 불과했다. 그의 평가는 냉혹했다. “(유량의 호평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의 글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꼴(屋上架屋)’이다. 《진서》에 나오는 얘기다.

옥상가옥(屋上架屋), 지붕 위에 또 집을 세운다는 말로 일을 번잡하게 중복해 볼품없게 만드는 것을 비유한다. 옥상가옥은 본래 옥하가옥(屋下架屋)이라 했으며, 지금은 흔히 옥상옥(屋上屋)으로 줄여 쓴다. 형식에 치우친 불필요한 서류, 이중삼중 규제는 대부분 옥상옥이다.

중언부언(重言復言)은 말에 말이 얹히는 거다. 말에 말을 보태면 잔소리가 된다. 옳은 말도 잔소리다 싶으면 귀를 닫는다. 불필요하게 규제를 늘려 일의 절차를 어렵게 하는 것 또한 옥상옥이다. 때로는 ‘단순’의 지혜가 필요하다. 얽히면 무거워지고, 무거우면 느려진다. 비움은 버림이 아니다. 그건 새것을 채우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세상에 과해서 득이 되는 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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