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반대로 고용 안돼"
[ 노유정 기자 ] 서울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재건축 건설현장이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 갈등으로 또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건설노조들은 이곳에서 서로 자기 소속 노조원을 고용하라며 한 달 넘게 건설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27일 산하 건설노조 소속 50대 김모씨가 이날 새벽 2시께 디에이치자이개포 건설현장의 10층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씨는 건설업체에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씨는 현장에서 교섭을 담당하는 중간 책임자인데 한 달 가까이 조합원들이 공사에 투입되지 못하자 책임감을 느낀 듯하다”며 “조합원들이 공사에 참여하기 전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조합원 40명이 지난달 23일 재건축 건설업체들과 근로계약서를 쓰는 등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민주노총의 반대로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농성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오전 4시께부터 한국노총 조합원 400여 명(집회 측 추산)이 공사장 앞에 모여 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조합원들이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간부 한 명이 공무집행 방해죄 등으로 현장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디에이치자이개포 현장에서 한 달 넘게 맞불 집회를 열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두 노조가 현장에서 충돌해 13명의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이날도 온종일 공사는 중단됐다. 해당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기한 내 마쳐야 하는데 사람이 올라가 있는 타워크레인을 작업에 투입할 수는 없고, 공사를 언제까지고 중지할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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