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중국 '희토류' 항전 자신감…美전기차배터리 '란타넘' 99% 중국 손에

입력 2019-05-28 09:29   수정 2019-05-28 09:51

뉴스래빗 #팩트체크 :) '희토류' 무역전쟁
△ 중국 '희토류' 항전 자신감의 근원

▽ 미국, 中희토류 수입 3년 새 72→80%
▽ '81.63%' 중국 수입 1위 압도적 의존
▽ 미국 32가지 희토류 전세계 30만톤 수입
▽ 전기차배터리 '란타넘' 중국 의존도 99%
▽ 일본의 교훈…'희토류' 무제한 보복 부담






미·중 무역 전쟁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5월10일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곧이어 5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중국이 반격에 나서고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미 부과할 수 있는 관세 카드는 대부분 소진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남은 보복 카드는 '희토류 수출 중단'입니다. 반도체 및 첨단 장비에 사용되는 희토류는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만큼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남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당장 미국은 화웨이 제재에 한국도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달러당 1200원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 중 거의 최고치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한국의 수출량이라도 증가해야하는데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어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 상황도 엄중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유심히 지켜봐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무역전쟁 대미 보복의 마지막 '조커' 카드로 희토류를 꺼내들었을까요. 뉴스래빗이 신뢰도 높은 미국의 희토류 수출입 관련 데이터를 발견했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의 공식 희토류 통계정보입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중국이 대미 '희토류' 항전에 큰소리를 치는 이유가 드러납니다. 전세계 유통되는 중국 산 희토류는 무엇인지, 미국이 전세계에서 수입하는 희토류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은 무엇인지, 데이터로 자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이 발표하는 희토류 통계정보 데이터를 수집·정제·분석했습니다. 데이터 형식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미국의 희토류 무역 정보를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PDF파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희토류 종류와 수입국을 세분화하여 무역 규모를 작성한 엑셀파일입니다.

보고서 양식의 PDF 파일은 1996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되어 있지만 희토류 종류별로 세분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기록한 엑셀 파일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밖에 없죠. 2019년까지의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희토류 종류별 분석은 2016년까지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17~2019년 희토류 별 수입량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32가지 희토류 30만톤 수입
수입 1위 희토류 수입량 '12만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역대 미국의 희토류 수입량입니다. 앞에 적힌 복잡한 숫자는 희토류 수입 분류코드입니다. 무려 32가지죠. 총량을 합치면 30만톤에 육박합니다.

가장 많은 수입량을 기록한 희토류는 무려 12만톤 수입된 '2846.90.8000' 입니다.

희토류 원소의 종류는 모두 17개지만 결합된 화합물에 따라 종류를 다시 세분화합니다. 세계관세기구(WCO)에서 'HTS(Harmonized Tariff Schedule)'라는 고유 코드를 부여하죠.

1위를 차지한 HTS 코드 2846.90.8000은 2012년도까지 사용된 코드로, 염화물을 제외한 희토류 화합물을 통칭하는 코드입니다. 굉장히 포괄적인 탓에 수입량이 높게 측정됐습니다.

희토류 분류가 복잡하지만 HTS 앞 여섯 자리 숫자를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희토류 중 지각에 가장 많이 포함된 세륨은 2846.10으로 분류됩니다. 지각에 가장 많이 포함된 만큼 가격도 제일 저렴하죠. 2016년 기준으로 1kg당 2달러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미국에 제일 많은 수입된 2846.90은 세륨을 제외한 나머지 희토류 화합물입니다. 연도가 바뀌면서 변경되거나 사라진 HTS 코드도 있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희토류를 명확하게 분류하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2805.30은 희토류 금속을 나타냅니다. 2846.90과 달리 무기·유기화합물이 아닌 금속의 형태로 수입된 희토류죠. 마지막으로 3606.90은 라이터의 부싯돌로 사용되는 페로세륨입니다. 철과 세륨의 합금으로 역시 세륨에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희토류' 수입 81.63%
중국 1위 압도적 의존

수입국을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역대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중국 수입이 가장 낮았던 2012년에 프랑스에서 수입량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다른 나라와 중국의 차이가 너무 커서 비교가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엑셀 파일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2016년까지입니다. 표에서 제일 오른쪽 부분인 2016년 기준으로 중국 81.63%, 에스토니아 5.57%, 프랑스 4.18%, 말레이시아 2.59%, 일본 2.04%로 이어집니다.
미국 中희토류 수입 증가 추세
3년 새 72→ 78→ 80%

보고서 형식의 PDF 파일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별 수입량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한 희토류는 2017년 72%, 2018년 78%, 2019년 80%까지 올랐습니다. 2017년에는 2016년 81.63%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2019년에는 다시 80% 수준으로 회복했죠.

같은 기간동안 에스토니아는 7%, 6%, 6%로 감소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은 5%, 4%, 3%로 감소했습니다. 중국이 감소한 2017년에 다른 나라는 조금씩 올랐지만 다시 중국의 비중이 커지는 형세입니다.


미국 '란타넘' 중국 99% 의존
전기차배터리 니켈수소전지 필수 재료

2016년 희토류 종류별 미국의 '중국 의존도'입니다. 전체 평균은 81.63%였지만 개별 희토류의 편차는 꽤 큰 편입니다. 1위부터 5위까지는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1위와 3위, 4위는 원자번호 57 란타넘을 나타냅니다. 1위와 3위는 란타넘 화합물, 4위는 란타넘 금속이죠.

란타넘은 니켈수소 전지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니켈수소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떨어지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전지입니다. 물론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데 란타넘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전기 자동차 한 대를 움직이는데 희토류 원소가 약 1kg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 중국이 당장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다면 머지않아 미국 자동차 기업은 전기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는 셈입니다. 뿐만아니라 니켈수소 전지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생산에 차질을 겪게됩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카드가 미국을 위협하는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하지만 희토류는 영구자석, 화학 촉매, 유리/렌즈, 형광물질, 레이저 등 첨단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비슷한 '산업 재앙'이 발생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진핑 움직인 날, 미국 발빠른 대처
중국 매장량 4400만톤 '절대적'

물론 당하고만 있을 미국은 아닙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9년 5월 20일 희토류 생산업체를 방문한 뒤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기다렸다는 듯 호주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Lynas)와 합작기업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죠. 블루라인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혼도에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공장이 건설되면 미국 유일의 희토류 분리공장이 됩니다.


하지만 공장이 당장 건설되는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장기적으로 보완책은 될 수 있지만 미국의 모든 수요를 당장 감당하기는 어렵죠.

매장량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규모는 절대적입니다. 2019년 USG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톤입니다. 미국과 호주의 매장량을 모두 합쳐도 480만톤으로 중국의 10%를 조금 넘을 뿐이죠. 미국과 호주의 방대한 대륙에서 추가로 희토류가 발견될 수 있지만 가능성일 뿐입니다.

희토류를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환경오염도 문제입니다. 희토류 원광으로부터 화합물을 제조하고 유독한 산성용액을 사용하여 수많은 단계를 거쳐 분리·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환경오염이 필연적입니다. 호주와 미국 같은 비교적 선진국에서 단기간 내에 공급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희토류' 무제한 보복 중국도 부담
환율 1200원 경고등 '깜박깜박'

역설적으로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보복 카드를 무제한 사용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중국 의존도 81.63%에 달하는 미국 희토류 수출을 막으면 역설적으로 중국 희토류 산업이 약화합니다.

게다가 중국의 희토류 보복 카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본에도 사용한 적이 있죠.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때 일본에 희토류 제품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지만 일본은 그때의 경험을 교훈삼아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 자동차 특허를 내어 후속 대책을 마련했죠.

미국 역시 니켈수소배터리 원료 희토류인 '란타넘' 대신 다른 방법을 고안해 이 위기를 우회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일본보다 중국에 보복할 수 있는 무역 전쟁 카드가 훨씬 많습니다. 호주 합작법인 설립처럼 대책 마련에도 발빠릅니다.

중국의 '희토류' 대미 항전 자신감은 분명 단기적으론 성과가 있을 겁니다. 일본 교훈처럼 말이죠. 하지만 희토류 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본전을 되찾을 수 있을진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8~29일 양일간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길은 터놓은 셈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지도 모를 한국 입장에선 무역 분쟁이 지혜롭게 매듭되길 바랄 뿐입니다. 세계 경기가 안정화하는 게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 경고등은 오늘도 깜빡깜빡 켜지고 있습니다 !.!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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