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후보 등용 '불꽃 경쟁'
[ 설지연 기자 ] 유럽의회 선거가 끝나자 유럽연합(EU) 지도부 인선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의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자국 후보를 EU 집행위원장,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요직에 앉히기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밝히고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차기 집행위원장과 ECB 총재 등 EU 지도부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한다.
기존 ‘슈피첸칸디다트(수석 후보자)’ 방식대로라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대표가 행정 수반인 집행위원장으로 자연스럽게 지명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은 우파 유럽국민당(EPP)이다. 따라서 만프레트 베버 EPP 대표가 집행위원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메르켈 총리도 일찌감치 “슈피첸칸디다트 방식을 지지한다”며 “베버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를 포함한 중도 자유민주당(ALDE)은 슈피첸칸디다트 방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ALDE는 “지금 시점에서 어떤 집행위원장 후보도 유럽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필요한 협상’을 건너뛰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의회 제1당과 제2당을 차지한 EPP와 유럽사회당(S&D) 등 중도 우·좌파 연합 의석수 합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반면 ALDE는 총 751석 중 100석 이상을 확보해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대표를 맡았던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벨기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훌륭한 자질을 지녔다”고 힘을 실어줬다.
ECB 총재 자리를 놓고도 프랑스와 독일의 신경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와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프랑스의 브누아 쾨레 ECB 이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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