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8위…제주항공도 보유
[ 이상은/안재광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거느리고 있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주요 대기업이 잇달아 손사래를 치며 인수전 참여를 부인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인수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조만간 삼성증권을 인수합병(M&A) 주관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인수에 관심을 가질지를 결정하는 단계”라며 우회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
창업주 고(故) 채몽인 사장의 장남 채형석 AK홀딩스 총괄부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은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항공산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매출 1조2566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영업이익률 8.1%)을 올려 그룹 캐시카우(수익창출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생활용품과 면세점사업으로 대중 인지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대기업집단 내에선 규모가 작은 편이다. 재계 순위 58위로 최근에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에 들어갔다.
'아시아나 인수' 눈치보기 속…먼저 치고 나가는 애경그룹
애경그룹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기업집단 내 순위가 대폭 상승하는 것은 물론 세계 주요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로 부상할 수 있다. 자회사인 제주항공에다 아시아나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모두 합하면 항공기 보유 대수만 150대에 이르는 대형 항공그룹이 탄생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649%)이 높아 애경그룹에도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131%에서 351%까지 급등한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고 거래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 비율은 상당폭 떨어질 수 있다.
애경그룹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고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후보로 거론돼온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은 현재로선 모두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섣불리 인수하겠다고 나서면 가격만 올리는 문제가 있어 말하기 어려울 뿐, 다들 실사에는 참여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은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내달 말까지 매도자 측 실사를 마칠 예정이다. 매각주관을 맡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7월 중 투자설명서(IM)를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배포하고, 7~8월 중 예비입찰로 후보군을 추린 뒤 매수자 실사를 거쳐 9~10월 중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이상은/안재광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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