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시총 10조원' 탈환
카톡광고 등 새성장 엔진 부각
[ 송종현 기자 ] 플랫폼 사업 경쟁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희비가 증시에서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는 ‘큰손’ 투자자들의 인터넷 업종 내 ‘최애(最愛) 종목’으로 뜨면서 시가총액 10조원대에 안착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에 이어 후순위로 밀리면서 시총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이달 들어 카카오를 각각 724억원, 158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기관이 이달에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외국인 순매수 순위는 5위다. 네이버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흐름은 엇갈렸다. 기관은 네이버를 233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0억원어치를 팔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그래프는 최근 정반대 궤적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는 4월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타 이날까지 17.39% 뛰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기준으로 8조5889억원이었던 카카오 시총은 10조1333억원으로 불어났다. 카카오가 시총 ‘10조원 고지’를 재등정한 것은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네이버는 작년 말 20조1072억원이었던 시총이 18조471억원으로 감소했다.
비슷한 성격의 종목을 짝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롱),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파는(쇼트) ‘페어 트레이딩’ 전략의 한국형 헤지펀드 중 일부는 카카오를 롱, 네이버를 쇼트 종목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매출, 영업이익 등 덩치가 훨씬 큰 네이버가 카카오에 밀려 투자자들에게 쇼트 종목으로 찍힌 것은 굴욕”이라고 평가했다.
‘사업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비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란 질문에 카카오가 더 나은 대답을 내놓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카카오가 새 ‘성장엔진’으로 탑재한 △카톡 광고 △웹툰·웹소설 △카카오페이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톡 채팅창에 노출되는 광고 서비스 ‘카카오톡 비즈보드’가 시작되면서 올해 카카오 광고매출 증가율은 회사 측 전망치인 20.0%보다 높은 25.1%에 이를 전망이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20조원 규모였던 카카오페이 거래액이 올해는 1분기에만 10조원에 달했다”며 “카카오페이는 통합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 카카오 기업가치를 대폭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일본 라인페이의 비용부담이 투자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라인은 1분기에 79억엔의 영업적자를 내 적자가 지속됐다. 광고부문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3.2% 늘어나는 데 그친 가운데 라인페이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적자를 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라인은 일본 내 간편결제 사업자들과의 경쟁, 라인증권 등 하반기 예정된 신규 서비스 출시 등의 요인으로 올해 320억엔의 영업적자를 낼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전망한 카카오와 네이버의 올해 영업이익은 각각 1650억원과 8340억원이다. 카카오는 전년 동기보다 2.2배 증가, 네이버는 11.5% 감소할 전망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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