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니 다니엘 슐럽 회장 "인수·합병은 독창성을 파괴한다"

입력 2019-05-29 17:49  

스위스 전통 기계식 시계 고수
100년간 독립브랜드 유지



[ 민지혜 기자 ] “월급으로도 살 수 있는 스위스 전통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것이 창립 목표였습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티토니의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슐럽 회장(사진)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시장 규모는 중국 등에 비해 작지만 면세점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고 트렌디한 소비자들이 많이 오가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계식 시계에 입문 때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100만원 안팎의 가격에 기술력까지 있는 전통 있는 브랜드가 티토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대기업이나 투자회사가 인수를 제안했지만 우리의 철학, 독창성을 이어가기 위해 제안을 거부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스위스 기계식 시계 브랜드 중 파텍필립, 오데마피게만 독립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리치몬트그룹, 스와치그룹 등에 인수됐다. 티토니는 슐럽 회장의 할아버지가 창업해 3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1981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슐럽 회장은 “독립브랜드를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황일 때 불황을 대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약 10년 동안 티토니는 1년치 판매할 시계를 며칠 만에 다 팔 정도로 초호황을 누렸다. 중국인들이 기계식 시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다. 그는 “그때도 티토니는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 불황일 때도 계속 시계를 판매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렸다면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45개국에 진출한 티토니는 한 개 모델당 연간 150개만 생산한다. 지난해 10만 개의 시계를 판매했다. 그동안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에타, 셀리타 등 전문 제조사에서 구입해 조립·판매한 티토니는 올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라인 1919’를 내놨다.

티토니의 타깃 소비자는 30~50대다. 슐럽 회장은 “클래식한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30~50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장으로서의 목표는 “아들에게 건강한 회사를 잘 물려주는 일”이라고 했다. 슐럽 회장은 “스마트워치가 아무리 유행해도 아날로그 시계와 스마트워치를 함께 차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결국 누가 더 경쟁력 있는 기계식 시계를 내놓는지에 따라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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