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골드만삭스' CICC, 중고나라에 베팅

입력 2019-05-29 17:53  

韓·中 공동펀드 조성해 투자
200억 유치해 쇼핑 플랫폼 구축



[ 정소람 기자 ] 중국 최대 투자은행(IB)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한국 금융회사들이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 20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 CICC가 국내 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중고나라가 처음이다.

29일 금융권과 IB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는 CICC와 사모펀드(PEF)인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CICC는 푸른과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면서 수십억원가량을 직접 투자할 예정이다. 푸른그룹과 BNK캐피탈, 국내 금융지주 한 곳이 30억원가량씩 투자할 계획이다.

대형 패션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SI) 두세 곳도 참여한다. 푸른파트너스는 이들 투자자를 중심으로 다음달 펀드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 기준 1700만 명의 회원을 둔 업계 1위 중고거래업체다. 중고나라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기존 네이버 카페 대신 새로운 형태의 쇼핑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亞 큰손은 왜 매출 43억에 불과한 중고나라에 투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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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중고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포화 상태인 국내 커머스 업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중고나라의 견고한 사업 기반에 새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으로 판단했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회원 수 1700여만 명에 연간 거래액만 2조~3조원에 달한다. 네이버 카페 전체 트래픽의 25%가 여기에 몰릴 정도다. 그러나 중고 거래가 P2P(개인 대 개인) 위주로 이뤄지고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 기반이 약했다. 2014년 법인화를 완료하고 별도의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했지만 사업 모델이 동일해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엔 매출 43억원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업체로 탈바꿈해 기존 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하겠다는 게 회사의 포부다.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는 “중고 물품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미리 사들였다가 값을 더 올려 ‘리셀링(재판매)’하는 학생 주부 등 ‘투잡족’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물품을 매입하고 보관하는 과정 없이 편리하게 누구나 ‘리셀러(재판매업자)’가 될 수 있는 개인 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나라가 기획하고 있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미국 커머스 업체 쇼피파이(shopify)와 비슷하다.

중고나라는 이를 위해 최근 경기 광주시 일대에 부지를 임차해 자체 물류센터인 ‘파트너스센터’를 조성했다. 판매자는 이 센터에 있는 신규·중고 물품 목록을 보고 온라인 클릭만으로 개인 온라인 상점을 만들 수 있다. 물건이 판매되면 수익은 중고나라와 개인이 나눠 갖는다. 이 사업이 정착되면 중고나라의 수익 기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 기업에 처음 투자하는 CICC는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3대 주주다. 글로벌 상거래 업체와의 두터운 연결 고리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과 관련한 노하우를 전수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투자에 참여하는 금융지주는 계열 손해보험사를 통해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보장해 주는 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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