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5%에 달하는 징벌적 상속세율은 부모 자식 간 부(富)의 대물림 문제를 넘어 기업을 일구려는 기업가 정신까지 꺾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인 중에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사람을 뽑아 기업을 키울 이유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일본에는 3만3000개에 달하는 장수기업이 한국에는 8개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과 일본은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대폭 완화해 대기업의 상속세를 면제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지난해 향후 10년간 가업승계 시 상속세와 고용 유지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캐나다와 호주 스웨덴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이에 반해 국내 가업상속공제 요건은 매출액, 고용유지 의무 등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워 유명무실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좀 더 획기적인 대안을 주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효세율 기준 상속세는 부담이 크지 않다며 세율 인하에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상속세 전체 평균 실효세율은 28.1%로 일본(13.0%) 독일(21.6%) 미국(23.9%)보다 높다는 게 기업인들의 지적이다. 과세대상이 극소수(상속인의 3%)라며 징벌적 상속세에 찬성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십~수백 명을 고용한 기업이 사라지는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부의 양극화나 질시의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 일자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면 기업 매출과 고용, 세수가 모두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상속세율을 절반으로 낮추자는 법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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