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그건 보험 아니다"

입력 2019-05-30 17:18  

로버트 C 포젠 < MIT 슬론경영대학원 수석강사(前 피델리티 투자 회장) >

美 민주 추진 '메디케어' 법안 논란
개인의 계획·선택 자유 빼앗아



[ 서욱진 기자 ]
100명 이상의 민주당 하원 의원이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edicare for All Act of 2019)’에 찬성했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이 법안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 법안의 이름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이 법안은 기존 의료보험 제도가 모든 미국인에게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창한 이름의 의료보험은 현재 의료보험과 얼마나 다를까. 여러 논쟁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주장들은 정확한 근거와 설명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과, 시력 및 정신건강 서비스 분야를 망라한다. 하원 법안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대략 3조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장기 간병 및 가정 돌봄에 비용을 댈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고용주가 후원하는 직장보험과 직접 개인보험을 대체할 것이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 거주자가 이 법의 혜택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합법 이민자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장 범위가 크게 확대되지만 이 의료보험은 수혜자가 보험료를 내도록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가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보험과 크게 다른 점이다. 비용 분담 없이 서비스와 적용 환자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히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연방 지출을 크게 늘릴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 찬성론자들은 오히려 연방 의료 지출을 세 가지 방법으로 크게 줄일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것은 △정부 교섭을 통해 약값을 낮추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환급률을 낮추고 △보험회사를 없애 행정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고용주가 제공한 보험의 공제를 폐지함으로써 연방 세수를 늘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요인은 이전 추정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결론을 냈다고 보기 힘들다. 아무리 줄여도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엄청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진실이다.

하원과 상원 법안 중 어느 것도 늘어나는 연방 지출에 대비한 자금조달 방법을 세부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 의원의 직원들은 지난 4월 소득세 부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부유세 부과, 세금 허점 해소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 법안이 예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와 과연 의회를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모든 병원, 요양원 등의 개별 의료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보조해주는 기존 의료보험을 대체할 것이다. 연방 이사회는 병원 등의 연간 예산을 책정하게 될 것이다. 이 예산은 현재 운영과 지출을 감안할 것이고 일시금 성격으로 지급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의료 품질의 차이를 간과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새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품질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명시적으로 금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들은 차별화한 서비스 품질로 환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사업모델의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괄 지급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관한 재량권을 갖겠지만, 이 지급금이 실제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병원들은 이 같은 비용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양이나 질, 범위를 제한할 것이다. 누가 자선사업가처럼 손해를 보면서 병원을 경영하려고 하겠는가.

마지막으로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지금의 제도가 허용하고 있는 ‘계획과 선택의 자유’를 없앨 것이다. 미국 노년층 가운데는 정부로부터 외래환자 치료나 약물 치료 보조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도 많다. 일부는 고용주가 의료비를 대주고 있을 수도 있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일부러 민간 의료보험 사업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질병 등에 대해서만 보장받고 싶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일률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한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현재 시스템처럼 보험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영국에서는 환자가 이용 가능한 국민건강보험을 놔두고 의료용 개인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캐나다는 공공 의료보험이 치과, 시력, 장기요양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캐나다인의 3분의 2가 민간 의료보험을 통해 이런 서비스를 구입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미국 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올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이 법안에 들어가는 ‘의료보험’이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그것은 이미 ‘의료보험’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원제: ‘Medicare for All’ Isn’t Medicare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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