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명목 가동률 대폭 하락
값비싼 LNG 비중 늘어나며 적자
[ 구은서 기자 ]
원전 이용률이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한국전력이 지난해 적자를 보는 대신 1조원 넘는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 공기업 한전 등 발전사의 부실,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가 탈원전을 고수하지 않고 예년 수준의 원전이용률(85%)만 보였어도 지난해 한전은 2080억원 적자가 아니라 오히려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원전 발전량을 4GWy(1GW로 1년간 발전할 때의 전력량) 늘리고 그 대신에 석탄 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각각 1.33GWy, 2.67GWy 줄였을 때를 가정하고 계산한 결과다. 주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원자력의 효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탈원전과 한전 적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주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하에서 안전점검 등의 명목으로 원전을 멈춰 세우면서 지난해 가동률(67.7%)이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상대적으로 발전 비용이 비싼 다른 발전원의 이용률이 늘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한전이 구입한 LNG와 재생에너지의 ㎾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보다 최대 3배가량 비쌌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 경제, 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한 최적 원전 사용 수준을 무시하고 급격히 원전 발전량을 낮춰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발전사들은 괴멸 수준까지 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한전 적자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여름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했을 때 한전 수익이 3000억원 정도 줄었다”며 “한전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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