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황급히 "배당검토"…뿔난 주주 "정보공개"

입력 2019-05-30 17:35   수정 2019-05-31 06:29

음악자문 내세워 816억 챙긴
이수만 회사 '라이크기획' 파문



[ 최만수 기자 ] 2000년 상장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주주환원 카드를 꺼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황급히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회사 내부의 투명성 확보가 핵심이지 배당 확대 정도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라이크기획)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본지 5월 30일자 A22면 참조


“주주가치 증대 방안 내놓을 것”

에스엠은 30일 코스닥시장에서 4600원(12.22%) 급등한 4만2250원에 마감했다. 불투명한 사업 구조가 개선되면 주식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창업자 이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크기획은 음악 자문 등을 명목으로 에스엠으로부터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받아갔다. 10년간 816억원이 이 회사로 빠져나갔다. 게다가 에스엠은 경쟁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달리 지금까지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3대 주주 KB자산운용(지분 6.59%)은 이에 대한 소명과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하고 있다. 4대 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도 여기에 협조하기로 했다.

파장이 커지자 에스엠은 이날 오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증대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라이크기획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률적인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에스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에스엠의 주장대로 라이크기획이 경쟁력 있는 회사라면 흡수 합병한 뒤 비용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끝날 일”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핵심은 내부거래”라는 글이 이어졌다.

공정위 직권으로 조사 필요

법적으로 에스엠을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에스엠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아니라서 사익편취 규제 조항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스엠이 법적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으로 충분히 조사할 만한 사안이라는 평가다. 한 대형 로펌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프로듀싱 비용이 업계가 추정하는 정상가격에 집행됐는지, 다른 경쟁 사업자와 충분히 비교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비슷하게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양현석 와이지엔터 대표는 작년 회사로부터 8억4000만원을 받았다. 박진영 JYP엔터 창의성총괄책임자(CCO)는 연봉이 공시 기준인 5억원 미만이라 사업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등기이사도 아닌 이 회장이 라이크기획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을 가져간 것과 대조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박정엽 연구원은 “주요 기관투자가의 대량 지분 보유 신고가 잇따랐고 합산 시 20%에 달하는 충분한 지분 확보가 완료됐다”며 “경영 효율화 논의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주제”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 측의 지분은 19.08%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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