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주주 재산권 행사' 지켜주는 게 정부의 책무
노조의 불법 폭력시위에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목적으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저지하겠다며 주총 장소인 울산 전하동 한마음회관을 나흘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4개월째 이어지는 이번 사태는 31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총력투쟁’을 선언하며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민노총 금속노조는 모든 사업장에 ‘동조파업령’을 내렸고, 현대자동차 노조는 ‘공권력 투입 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시가 급한 조선산업 재편의 마지막 기회가 주총 봉쇄로 물거품이 되고 말 위기에 빠진 것이다.
파업은 불법, 폭력, 생떼로 점철되고 있다. 허락없이 주총장을 점거한 것부터 명백한 불법이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기업결합이라는 경영상 판단에 대한 파업은 어느모로나 불법이다. 주 초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사옥 앞 집회에선 노조원들이 폭력을 휘둘러 30여 명의 경찰이 부상당했다. 울산 점거농성장 주변에서 쇠파이프 시너 휘발유까지 나온 상황이다.
노조의 주장과 요구는 막무가내다. 물적 분할된 중간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가 서울로 이전하고 나면 울산의 현대중공업은 빚만 잔뜩 진 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란 게 노조의 주장이지만 과민반응이다. 부채의 대부분을 현대중공업이 떠안는 것은 조선 해양플랜트 등 현대중공업의 영위사업과 직접 관련된 자산과 부채가 이전되는 것으로 상법 및 세법에 따른 자연스런 절차일 뿐이다. 돈을 못 버는 중간지주가 아니라, 영업·생산활동으로 돈을 버는 주력회사인 현대중공업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더구나 승계 부채 7조원 중 3조원 정도는 회계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일종의 계약금인 선수금과, 혹시 모를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부채여서 차후에 회계상 현금 유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울산에서 서울 중간지주로의 이탈 인원은 50여 명에 불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문가와 투자자 대부분은 결합방식에 긍정적이다. 현대중공업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구들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높아지고, 인수가격도 합리적이라며 호의적이다. 회사에 유리한 일을 극구 반대하는 것은 노조의 자해성 생떼일 뿐이다.
무법천지인데도 방관하는 공권력과 정부, 정치인들의 행보가 답답함을 더한다. ‘주총을 방해말라’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두 번이나 회사 손을 들어줬지만 경찰 대응은 무르기만 하다. “거리의 도둑질을 보고도 왜 가만 있느냐”는 아우성에 귀를 막은 듯하다. 표만 따지는 정치인들도 목불인견이다.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의장은 삭발로 노조 불법에 힘을 실었고,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기업 압박에 여념이 없다.
기업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해 온 정부의 무대응은 비겁함을 넘어 직무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청와대는 언론의 질문이 빗발치자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에 입장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궤변 수준의 답을 내놓고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고, 현장 애로를 듣겠다던 반복된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폭력으로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막는 것은 헌법상 권리이자 경제의 핵심원칙인 사유재산권에 대한 부정이다. 회사와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노조원 일자리를 위해서도 현대중공업의 31일 주총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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