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위협…그 뒤엔 민노총 있었다

입력 2019-06-02 17:46   수정 2019-06-03 09:50

곳곳서 막강한 권한 확보

국민연금 수탁委에 추천위원 참여
상장사 경영권에 깊숙이 개입



[ 김익환/김소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해 7월 상장사 경영권에 참여할 길을 확보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하면서 과거와 달리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이사 선임·해임 등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주주권 행사 권한을 지난해 7월 말 출범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부여했다. 수탁위에는 민주노총이 추천한 위원 등도 참여한다. 당시 재계에서는 수탁위 출범으로 민주노총이 상장사 경영권에 적극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민주노총 추천 수탁위 위원이 수시로 상장사 경영권 참여 안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같은 우려는 올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현실화됐다. 수탁위 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민주노총 추천)는 올 들어 한진그룹 경영권에 국민연금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 일가의 ‘물컵 갑질’ 등 비판적 여론과 맞물리며 수탁위 결정은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결국 국민연금은 수탁위 위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민주노총은 상장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한 것은 물론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덕분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정부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일자리위원회, 국무총리 직속 사회보장위원회, 공인노무사자격심의위원회, 한·EU FTA 지속가능발전 국내자문단 등 53개에 이른다.

다양한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최저임금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수시로 위원직 사퇴 카드를 들고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무리하게 관철하려는 행태에 대해 공익위원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은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자신들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는 데만 몰두할 뿐 변화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익환/김소현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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