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개월 연속 수출하락'이 보내는 위기경보, 제대로 읽고 있나

입력 2019-06-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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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분쟁 격화되자 회복 조짐서 '급속 악화'로 반전
반도체·조선 등 20년 넘게 '주력산업'으로 고군분투
신산업 키울 환경 정비, 서비스 등 내수 육성책 절실



지난달 수출이 459억7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9.4% 줄어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 감소율이 지난 2월(-11.4%) 이후 두 달 연속(3월 -8.3%, 4월 -2.0%) 축소돼 반등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급속 악화’로 주저앉은 것이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30.5%) 석유화학(-16.2%) 부진이 두드러졌고, 지역별로는 대(對)중국(-20.1%)·유럽연합(EU·-12.6%) 수출이 크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감소의 3대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업황 부진, 중국 경기 둔화를 꼽았다. 중국의 수요 위축이 고스란히 한국의 수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중 분쟁이 전방위로 격화되고 있어 당분간 반전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우리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멕시코, 인도에까지 그 파장이 미칠 조짐이어서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뒷걸음질치면 올해 2%대 초반의 경제성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출 부진에는 반도체 탓, 중국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1990년대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이 20년 넘게 흐른 지금도 주력 산업이란 점이다. 우리 경제가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노화(老化)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역대 정부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 신(新)산업 육성이란 거창한 청사진을 내놨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도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를 3대 핵심 사업으로 꼽고 총력전을 선언했으나 성과는 미지수다. 이미 후발주자로 한참 뒤처졌음에도 규제 장벽은 여전히 드높고, 기득권 이익집단의 저지를 돌파할 의지와 역량도 미덥지 못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기 침체 속에 수출 부진이 가속화하는 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양산하고, 법인세 추가 증세를 거론하고, 생산성 제고를 위한 산업·노동개혁은 제쳐놓은 채 단기 부양에급급해한다. 저만치 앞선 경쟁자들을 따라잡으려면 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도 될까 말까인데 현실은 정반대다. 선진국에서 활발한 빅데이터 활용과 원격의료, 중국·동남아에서도 허용한 공유경제, ‘굴뚝 없는 수출산업’이라는 관광산업 등 무엇 하나 민간이 활력을 발휘할 곳이 안 보인다.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은 틈만 나면 “경제위기가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쪼그라드는 것만큼 심각한 위기 경보도 없다. 국제무역질서까지 급변해 비장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어떤 파장이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신산업을 위한 획기적 환경 개선과 서비스 등 내수 산업을 키울 대책이 더욱 절실하다. 이젠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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