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피팅시장 '문전성시'

입력 2019-06-02 17:59  

주말 골퍼들 "타수 확 줄여볼까"
한두 달 대기에 예약권 거래까지



[ 김병근 기자 ] “이번주 토요일 오후에 피팅(fitting) 가능할까요?”

경기 분당에 사는 직장인 이종민 씨(42)는 얼마 전 핑골프 피팅센터에 전화를 건 후 귀를 의심했다. “피팅을 받아보라”는 레슨 프로의 권유로 예약하려는데 7주 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와서다. 구력 12년, 핸디캡 19인 이씨는 “새로 산 드라이버가 저와 잘 맞는지 확인해보라는 프로 얘기를 듣고 처음 피팅 생각을 하게 됐다”며 “주말 골퍼들이 이렇게 많이 피팅을 받는지 전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줄서는 피팅족

자신에게 꼭 맞는 골프클럽을 장만하려는 ‘피팅족(族)’이 빠르게 늘고 있다. 프로 레슨과 연습에 이어 피팅이 정확도를 높이고 비거리를 늘리는 ‘제3의 무기’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다. 피팅은 골퍼의 몸과 스윙에 맞게 클럽의 강도와 무게 등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두 달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각종 포털사이트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특정 시간대 피팅 예약권이 ‘거래’될 정도로 피팅센터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핑골프에 따르면 핑의 피팅센터를 이용한 골퍼는 2016년 880명(연간), 2017년 956명에 이어 2018년 1153명으로 불어났다. 상담과 대기 수요까지 합치면 피팅 수요는 최소한 이 수치의 3~4배에 달한다는 것이 핑골프 측의 설명이다. 회사는 급증한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지난 2월 피팅센터 운영시간을 종전 ‘오전 10시~오후 6시’에서 ‘오전 9시~오후 8시’로 총 3시간 늘렸다. 미국 본사에서 교육을 이수한 전문 피터도 1명에서 2명으로 보강했다.

핑골프 관계자는 “인력과 운영시간을 늘린 덕분에 올해 5월 말 기준 이용객이 1218명으로 이미 지난해 이용객 수를 넘어섰다”며 “넘치는 예약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스크린연습장을 빌리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등 주요 골프 브랜드의 피팅센터도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주를 기다려야 피팅을 받을 수 있다. 캘러웨이 관계자는 “5년여 전만 해도 예약하고 안 나타나는 ‘노 쇼’가 꽤 있었지만 지금은 예약이 안 돼 ‘빈 자리가 생기면 내가 받겠다’며 센터에 와서 종일 대기하는 사람도 거의 매일 있다”고 말했다.

1 대 1 멤버십 서비스까지

골프 브랜드들은 이런 피팅 수요를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피팅 설비를 갖춘 밴으로 전국 주요 연습장 등을 찾아가는 ‘피팅밴’ 서비스도 제공한다. 피팅 서비스를 통해 자사 클럽 시타 기회를 함께 제공해 클럽 매출도 올릴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클럽 피팅, 무상 그립 교체 서비스, 전문 피터의 1 대 1 전문 케어 등을 아우르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도 등장했다.

피팅 시스템은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지만 트랙맨 등의 스윙분석시스템을 통해 골퍼에게 알맞은 클럽을 찾아주는 점은 공통 분모다. 클럽이 공에 접근하는 각도와 공이 날아가는 발사각, 공의 회전량 등을 분석해 헤드 무게, 샤프트 강도 및 길이를 찾아낸다.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 퍼터 등 클럽 구성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도 조언해준다.

피팅 전문 업체인 쿨클럽스 관계자는 “인터넷 정보와 새로운 트렌드에 친숙한 젊은 골퍼의 비중이 크다”며 “피팅을 취미 또는 직업으로 삼으려는 이들도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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