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 이정은, 생계형 골퍼에서 US오픈 메이저퀸으로

입력 2019-06-03 08:04   수정 2019-06-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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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진출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저는 그렇게 큰 목표를 갖고 골프를 시작한 게 아니라서…”

‘핫식스’ 이정은은 골프선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말에 항상 이같이 답하곤 했다. 대부분의 골퍼가 명예의 전당 입성 등 원대한 꿈을 꾸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골프를 쳤다. 투어 프로가 되지 못한다면 레슨으로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아버지와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그가 바라는 현실적 꿈들이었다.

이정은은 고2 때 국가대표 상비군, 이후 태극마크를 달며 급성장했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진출한 후 신인상을 차지했고 점점 더 먼 곳을 바라봤다. 2017년, 2018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후론 국내에서 적수가 없음을 느꼈다. 그가 LPGA투어로 넘어간 배경이다.

그리고 ‘생계형 골프’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이정은의 미국 무대 첫 우승은 공교롭게도 여자골프 역사상 최고 상금이 걸린 무대에서 탄생했다.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오브찰스턴(파71·6535야드)에서 끝난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에서다. 그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70타를 쳤다. 단독 6위로 출발했던 그는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1위로 통과한 그는 출전 9번째 대회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만 1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억9000만원이다.

우승 확정 후 눈물을 멈추지 못한 이정은은 “지금까지 우승했던 그 어느 대회들보다 느낌이 정말 다르다”며 “또 지금까지 골프를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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