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버지 두고 미국가기 힘들었지만…이정은, US오픈 제패

입력 2019-06-03 09:27  


여자골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9번째 우승자가 된 이정은(23)은 미국행을 망설인 적이 있었다. 4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아버지(이정호 씨)를 생각하면 선뜻 미국으로 떠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을 감안하면 결국 미국행을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정은은 2년 전 US오픈을 제패한 박성현(26)처럼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했다. 1996년 5월28일생인 이정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3년간 골프를 배우다가 그만뒀던 이정은은 "레슨 코치가 되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중학교 때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골프였지만 이정은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베어크리크배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그해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아마추어 대회 중 권위를 인정받는 호심배를 제패한 이정은은 이후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이 됐다.

2015년 유니버시아드를 마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준회원 테스트에 합격, 이후 3부 투어 우승, 시드전 통과 등의 코스를 착실히 밟은 이정은은 2016년 KLPGA 투어 신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KLPGA 투어 상금과 대상, 다승, 평균 타수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고 여기에 베스트 플레이어, 인기상 등까지 받으며 상이란 상은 모두 다 받았다. 2018년 이정은은 한국과 미국 활동을 병행하는 중에서도 상금 9억5000만원으로 1위, 평균 타수도 69.87타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8년 11월 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LPGA 투어 출전 자격을 획득한 이정은은 일찌감치 올해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지목됐다.

4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아버지(이정호 씨)를 생각해 미국행을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미국으로 짐을 싸 들고 간 선택이 옳았다. 이정은은 US여자오픈 전까지 우승은 없었지만 9개 대회에서 '톱10'에 세 차례 드는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신인상 포인트 선두를 달렸고,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받아 상금 선두 경쟁에도 뛰어들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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