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들 비트코인 선호 당분간 지속될 전망
브라질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큰 변동성이 걸림돌로 지적되는 암호화폐가 중남미에서는 도리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다.
암호화폐 시장의 변방이나 마찬가지였던 브라질에서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이 대폭 증가했다. 브라질 암호화폐 거래소 ‘네고시아르 코인’에서는 지난 24시간 동안 21만개 가량의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졌다. 한화로 약 2조174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네고시아르 코인의 비트코인 거래량 증가는 지난 4월부터 가시화됐다. 4월 남미 지역 국가 사상 최초로 일 거래량 10만 비트코인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약 8%를 차지하며 거래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구매도 간편하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과 연동돼 있어 개인납세번호(CPF)를 발급받았다면 내·외국인 누구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처럼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은행 예금을 찾듯이 법정화폐로 바꿀 수 있다.
브라질 내 다른 거래소들 상황도 비슷하다. 메르카도 비트코인, 비트코인 트레이드, 비트블루 등 브라질 군소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4월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맞물려 거래량이 5배 이상 증가했다.
브라질 내 비트코인의 인기 키워드는 ‘안전 자산’이다. 급등하는 물가와 연금개혁 등으로 촉발된 불안한 정치 상황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단으로 떠오른 것.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최근 1년 사이 4.58%에 달하며 4년새 최고 수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브라질 법정화폐인 헤알화를 가지고 있다면 자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 기능에서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를 넘어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CPF를 발급받은 누구나 거래가 가능한 탓에 마피아 등 범죄 조직의 자금도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은 대낮 도심에서 정치인과 검사 등이 피살당하고 공공시설이 PCC 등 범죄 조직에 습격 당할 정도로 치안이 열악하다.
브라질 정부는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을 내세워 범죄 조직과의 전쟁 수위를 높여가는 추세다. 화폐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정부의 소탕 작전 등과 맞물리며 범죄 조직들의 비트코인이 수요도 높아졌다. CPF만 있다면 거래가 가능하기에 현지 매체들은 이들의 자금 은닉에 비트코인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을 필두로 한 중남미 지역 비트코인 수요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암울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브라질 인근 국가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과 미국발 금리 인상이 겹치며 해외 투자자가 떠나고 법정화폐 페소의 가치는 급락했다. 더군다나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했고 올해 3월에도 전년 대비 55%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동결할 정도다. 아르헨티나 내 비트코인 가격은 41만페소를 기록, 2017년 말을 넘어섰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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