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펼쳐진 판타지는 화려하고 신선했다. 하지만 가상의 세계에서 겹겹이 쌓아올려진 복잡한 서사 구조가 효과를 반감시켰다.
지난 1일 베일을 벗은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이렇듯 강점과 약점을 함께 드러냈다. 이 드라마에는 총 5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함께 쓴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공동 집필했고 ‘미생’ ‘시그널’ 등을 만든 김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시청률은 1회 6.7%, 2회 7.3%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이야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인간들이 다른 종족인 ‘뇌안탈’을 침략하며 시작된다. 뇌안탈은 인간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더 빠르고 힘이 세며, 푸른 피가 흐른다. 이런 낯선 존재를 극의 중심에 두고 펼쳐지는 점이 더 참신하게 다가왔다. 인간과 뇌안탈이 벌이는 대규모 전투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거대하면서도 화려하게 그려졌다. 영화 ‘신과 함께’를 만든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덱스터가 CG를 맡았다. 그래서인지 ‘신과 함께’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꿈과 예언, 정령의 춤과 같은 설정들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낯선 소재에 복잡한 서사가 더해지면서 난해해졌다. 이 단점은 첫 회에서 두드러졌다. 처음에 스토리를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한데 쏟아져 나오는 낯선 시대와 종족, 캐릭터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인물 간의 관계도 한눈에 파악되지 않았다. 배경도 자주 바뀌고, 뇌안탈이 쓰는 언어도 달라 혼란이 가중됐다.
2회에선 보다 정돈된 느낌이었다. 주역 배우 송중기, 김지원 등이 본격 등장해 극의 중심을 잡았고, 익숙한 영웅 서사가 전개됐다. 은섬(송중기 분)이 운명에 따라 모험을 떠나고, 전설의 말을 능숙하게 타며 위기에 빠진 와한족을 구할 것이라는 설정 등이 그랬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영웅의 모습과 닮아 있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1회에서 제시한 복잡한 구도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스달 연대기’ 1, 2회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3일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급락했다. 전 거래일 대비 9.35% 떨어진 6만6900원을 기록했다. 방송사 CJ ENM의 주가도 2.14% 하락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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