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은행 상위 10개사 중 절반이 외국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저축은행의 고배당 논란이 일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 같은 논란이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고배당 경고 카드가 유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상위 10위권 내 저축은행 가운데 외국계인 곳은 SBI·페퍼·JT친애·OSB·애큐온 등 5곳이다.
이 중 SBI·JT친애·OSB저축은행은 모두 일본계 회사다. 자산 규모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7조5101억원)은 일본계 금융회사 SBI홀딩스의 자회사다. 7위인 JT친애저축은행(2조3898억원)은 일본 J 트러스트의 계열사이며, OSB저축은행의 최대 주주는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이다.
8위 애큐온저축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 5위인 페퍼저축은행은 호주 페퍼그룹 계열사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고배당으로 논란을 빚은 곳은 애큐온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실적 악화로 지점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모회사인 애큐온캐피탈에 402억원의 고배당을 강행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가 애큐온캐피탈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큐온캐피탈에 배당한 수익이 미국계 사모펀드로 흘러가는 구조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017년 2조2601억원에서 지난해 2조1424억원으로 1170억원 줄어들었다. 10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현재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모회사 JC플라워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본격적인 엑시트(자금회수)를 준비 중에 있다. 매각금액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저축은행의 엑시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장사를 지속한 외국계 저축은행들이 고액의 배당금으로 국부 유출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초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고배당을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대부분 단일 주주로 구성돼 있어 배당 혜택이 극소수에게 돌아간다"며 "금융당국이 외국계 저축은행이나 개인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 저축은행들을 눈여겨 보고 있어 이들이 배당으로 논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관련뉴스